'글쟁이'이어령도 질투 … 베스트셀러 공장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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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6일 정오 서울 조선호텔 1층 그랜드볼룸. '칼의 노래' 100만 부 출간 기념회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 문학비평가인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이런 말을 던졌다.

"남의 글을 읽을 때 글쟁이로서 기분 나쁠 정도로 질투를 일으키는 작가가 있다. 그가 바로 김훈이다."

2007년 문학 분야 새뚝이는 소설가 김훈(59)이다. 새뚝이로서의 김훈은, 새해면 환갑을 맞는 어르신이 아니다. 경력 13년차의 혈기 방장한 작가다. 김훈은 1948년 태어났고, 오랜 기자생활 끝에 95년 장편소설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을 발표하며 작가가 됐다.

김훈을 새뚝이로 선정한 건 2001년 발표한 출세작 '칼의 노래'가 올해 100만 부를 돌파해서가 아니다. 그는 올 4월 또 다른 역사소설 '남한산성'(학고재)을 펴냈다. 그리고 소설은 올해 한국 문학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40만 부 가까이 팔린 것으로 출판사는 집계한다.

올해 한국 소설의 특징 중 하나가 역사소설 바람이었다. 신경숙의 '리진', 김경욱의 '천년의 왕국', 김별아의 '논개' 등 역사소설이 잇따라 출간됐고 반응도 괜찮았다. 역사적 사실을 복원하기보다는 역사에서 모티브만 따와 오늘 우리가 사는 모양을 넌지시 이르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역사소설은 '뉴 웨이브 역사소설'(평론가 서영채)로 호명되기도 했다. 이때도 '남한산성'은, 그러니까 오랑캐를 피해 남한산성에 숨어든 인조의 47일간의 기록은, 맨 앞에 이름을 올렸다. "치욕과 자존은 다르지 않다"는 작가의 고백에, 독자들은 자신의 참담한 삶을 되돌아봤다.

그리고 11월, 김훈은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로써 김훈은 상금 규모로 따졌을 때 국내 주요 문학상을 대부분 거머쥐게 되었다. 총 상금 규모만 1억8500만원에 달한다.

김훈은 현재 평단의 격찬과 대중의 호응을 동시에 받는 몇 안 되는 작가다. 하여 "김훈의 고집스러운 문학세계가 대중에게 먹혀들고 있다는 것 자체가 주목할 현상"이라는 평론가 김영찬의 지적은 타당하다. 김훈이 문단 유행을 좇는 것도 아니며, 김훈의 소설이 가벼운 읽을거리도 못 되기 때문이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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