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여정 끝나지 않았다" 정동영 "진실의 편 국민에 감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일 오후 6시 각 방송사 출구 조사에서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 되면서 각 대선 후보들은 서서히 패배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SBS는 오후 8시 5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당선 확정을 발표했고 MBC도 개표율이 5% 이상 진행된 시점을 계기로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이회창=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19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축하를 드린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남대문 캠프 12층에 마련된 종합상황실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 본 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담담한 표정으로 “국민들에게 너무 많은 빚을 졌으며 국민의 뜻을 받아들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꽃을 피우고 무성한 열매를 맺는 날이 언젠가는 꼭 올 것”이라며 “꿈을 이루지 못했으나 나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해 정치 활동을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 2002년 12월 20일 이 후보는 정계은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에서 “이제 정치를 떠나고자 하며 깨끗이 물러나겠다”고 눈물을 흘린 바 있다. 5년이 흐른 뒤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패배를 받아들였고 대권 뜻을 결국 굽히지 않아 일부에서는 “대권 4수에 도전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문국현=창조한국당 문국현 19일 저녁 당사에서 잠시 개표방송을 시청한 뒤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 후보는 꽉 잠긴 목소리로 "그동안 전혀 새로운 가치, 새로운 정치와 경제를 위해 새 시대를 열겠다는 저 문국현에게 많은 국민께서 지지를 보내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전반적인 (패배의) 분위기 속에서 끝까지 기권하지 않으시고 투표장에 나오셔서 직접 저를 찍어주신 100만이 훨씬 넘는 유권자 여러분의 꿈과 열정을 꼭 앞으로 실현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권영길= 개표방송을 잠시 지켜보다가 부인 강지연 여사와 함께 당 대표실로 자리를 옮겼던 권영길 후보는 오후 7시쯤 다시 상황실로 돌아와 “동지여러분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민주노동당은 미래에 대한 투자를 호소했다”며 “어려운 조건 속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해주신 지지를 밑거름으로 해서 다시 비상하겠다”고 말했다. 권 후보는 짤막한 소감을 밝힌 뒤 상황실에 나와있던 당직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후 당직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당사를 떠났다.

◇ 이인제=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19일 "끝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또 다시 국민의 뜻을 받드는데 실패했다"며 "모두 다 저의 부덕함 때문이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러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대선 패배 후 발표한 '국민과 당원 동지들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국정파탄세력을 심판하고 선거혁명을 통해 민주당을 부활시켜 달라고 호소했지만 저의 능력부족으로 오히려 당에 너무 큰 시련을 안겨 드렸다"며 "하지만 민주당은 앞으로 위대한 역사 창조를 위해 전진해 나가야 하며, 저는 이제 민주당을 재건하는 일에 백의종군할 결심"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주권은 신성하며 그 선택은 절대적으로 존중돼야 한다"며 "저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축하드리며, 앞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해 훌륭한 대통령이 돼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모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가 오후 9시 20분경 초췌한 모습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 후보는 “국민 여러분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이명박 당선자가 나라를 위해서 잘 해주실 것을 바란다”며 “제가 부족해서 국민 여러분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진실의 편에 서서 끝까지 믿고 지지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뜨거운 감사를 표한다. 잊지 않겠다”고 말해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BBK 의혹에 대한 여운을 남겼다.

김진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