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원들 訪北 왜 잦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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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7월 김일성(金日成)북한주석이 사망한 직후 한동한 뜸했던 미국 정치인들의 북한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11일 프랭크 머코스키와 폴 사이먼 등 美상원 중진의원 2명이 사상 처음으로 美군용기편으로 북한에 입국해 김영남(金永南)북한외교부장등 고위관리들을 만난데 이어 이번 주말에는 빌 리처드슨 美하원의원등이 북한을 방문한다.
두 의원은 상원 동아태(東亞太)소위원회 및 하원의 에너지위원회등 北-美간 핵합의와 직접 관련된 위원회에 소속돼 있어 이들의 잦은 발길이 北-美간 간접대화 통로로 활용되는 기미가 역력하다. 또 美정치인들의 발길이 잦은 것을 두고 일부에선 北-美핵합의를 계기로 지난 반세기동안 적대관계에 놓였던 양국간 관계개선이 예상외로 빨리 진전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두 美상원의원은 12일 주한 美대사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金외교부장에게 한국전쟁기간중 실종된 미군유해 송환을 위해 양국간 작업위원회 구성을 제안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밝힘으로써 北-美간 관계개선의 전제조건중 하나인 실종 미군문제해결에 자신들이 美행정부를 대신해 나섰음을 간접 확인했다.
美정치인들의 잦은 북한행은 북한의 적극성 때문이다.
金외교부장은 두 상원의원에게 1박2일 일정의 이번 방문이 너무 짧아 아쉽다며 재방문을 요청하고 다른 의원들도 초청할 의사를 밝혔다.
미국과 빠른 관계개선을 위해 영향력있는 미국인들을 대상으로「對북한 시각교정 외교」를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美의회의 대표적인 대북(對北)강경파인 머코스키 의원은 이번 방문으로 자신의 대북견해가 어느정도 변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해북한의 외교가 성과가 있음을 말해준다.
이들은 북한당국의 메시지는 전혀 없다고 말했으나 북한관리들에게 北-美간핵합의 이행에 남북한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했으며,북한도 남북한대화에 응할 용의가 있지만 여건이 성숙되지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12일 한승주(韓昇洲)외무장관과 예정보다 긴 대화를 했고,또 청와대 방문에서 남북대화.남북한상호비방금지등에 대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많은 질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북한대화와 관련한 남북한 당국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이를 남북한당국에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분위기로 보아 북한의 재방문 초청에 따라 이들이 재방북하거나 다른 美의원들이 방북할 때 남북한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던 지미 카터 前美대통령처럼 남북한 당국 사이의 중재자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康英 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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