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美.러 新세력권 형성 과거영향력 재현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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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아이티에 미군이 주둔하고 러시아군대가 인근 지역 내전에 개입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자연스레「세력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미국 자유주의 관점에서 본다면 초강대국의 지배지역이라는 의미의 세력권이라는 말은 오랜 기간 혐오의 대 상이었다.
우드로 윌슨이 미국 대통령 자리에 오른 이후 이 단어는 도덕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구시대 정치의 파편으로서 1차대전이라는엄청난 재난을 몰아온 장본인쯤으로 인식됐었다.
1945년 얄타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배타적 동맹.세력권.힘의 균형등 수세기동안 평화유지의수단으로 사용돼왔지만 결국 실패로 끝난 방법들을 없애기로 스탈린.처칠등과 합의했다고 선언했다.
대신 유엔이 등장했다.
그러나 냉전으로 유엔의 역할은 위축됐고 그후 50년동안 세계는 美.蘇 양진영으로 나눠졌다.냉전이 막을 내린 오늘 다시 과거 세력권을 연상시키는듯한 정책 추진 움직임이 확연하다.실제 미국은 쉽사리 포기하기 어려운 여러 세력 권을 보유하고 있다.
그 지역들은 서유럽,이집트.이스라엘.걸프국가를 포함한 중동지역,그리고 미국영역안의 환태평양등이다.
이러한 현실과 자유주의 전통과의 충돌로 인해 미 행정부는 간혹 곤혹스런 상황에 빠지곤 했었다.빌 클린턴 美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결의가 있었음을 들어 아이티 개입은 유엔의 평화유지활동이며 미국의 세력행사가 아니라는 변명을 늘어놓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對아이티 작전이 미국내에서 정당화 될수 있었던 요인은 그것이미국의「안마당」에서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이다.「안마당」은 바로「세력권」을 뜻하는 말이다.
소련의 붕괴와 함께 3백년동안 늘려왔던 점령지를 상실한 러시아도 현재 옛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러시아 병사들은 그루지야와 몰도바 내전에 개입했으며 현재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싸우고 있는 지역에도 끼어 들기를 원하고 있다.
사실 러시아같은 강대국이 실질적인 세력권을 보유하는 것은 한편으로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그러나 핵심적인 문제는 세력권이라는 것이 얼마나 넓어야하며 어느정도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는가하는 점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발트 3국을 제외한 나머지 舊소련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세력행사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듯 하다.그러나 러시아가 만약 일정 경계(예를 들어 우크라이나등)를 넘어 야욕을 드러낸다면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것 이라는 점을명확히 해야한다.
미국은 러시아가 팽창하는 절차보다는 그 범위와 의도에 더 큰관심을 기울여야 한다.중요한 것은 러시아가 구소련에 대해 얼마나 많은 통제력을 갖느냐는 것이지 유엔이라는 명분을 등에 업느냐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美WP紙=本社特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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