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발칵 뒤집은 백악관 총격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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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9일 발생한 백악관 건물 총격사건으로 美행정부내에서는 대통령 경호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강하게 대두.
특히 이번 사건은 지난 9월12일 한 메릴랜드 거주민이 경비행기를 몰고 비행금지구역인 백악관상공을 뚫고 들어와 백악관 남쪽 뜰에 추락,사망한 사건이 일어난지 불과 6주일만에 다시 발생함으로써 백악관 경호상의 문제점을 더욱 부각시키 고 있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이날 1주일간의 중동(中東)순방을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와 오후3시(한국시간 30일오전4시)백악관 2층 거실에서 TV로 전국대학미식축구경기를 시청하며 휴식을취하고 있었다.퍼스트 레이디 힐러리여사와 딸 첼시양은 다음달 8일에 있을 중간선거 지원을 위해 캘리포니아州를 여행중이었다.
○…당시 백악관 경내와 지붕위에는 경호원들이 적지않게 있었으나 라이플총을 난사하고 있는 범인을 겨냥,사살하려 할 경우 자칫 주변의 관광객들에게 유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도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못한 이유중의 하나였던 것으로 알려 지고 있다.
○…범인은 콜로라도州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거주하는 호텔종업원프랜시스코 마틴 듀런(26)으로 밝혀졌다.
4살 난 아들을 둔 퇴역군인으로 지난달 말 집을 떠난뒤 연락이 끊겨 실종신고된 상태였다.그가 일했던 한 호텔의 스티브 바톨린사장은『매일 정시에 출근했으며 문제가 없었다』며 지난달 30일 정상출근한뒤 행방불명됐다고 설명.범행동기는 아직 알려지지않고 있는데 그는 계속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범인 듀런을 잡는데 공을 세운 용감한 시민 2명은 교도관후보생 켄 데이비스(24)와 경호전문가인 해리 라코스키(34)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서로 생면부지인 이들은 범인 양쪽의 콘크리트벽 뒤에 숨어있다가 범인이 첫 탄창의 총알을 모두 난사하고 새 탄창을 끼우려는순간을 이용,동시에 뛰쳐나와 마치 오랜 팀동료처럼 멋진 범인체포작전을 성공시켰다.
다음달 16일 정식 교도관이 되는 데이비스는 자신이 교도관 교육을 받으면서 이와 비슷한 상황에 대처하는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범인이 머뭇거리는 틈을 놓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듀런은 빌 클린턴 美대통령이 공격용 무기의 판매 또는 개조를 금지시키는 법안에 서명했던 지난달 13일 범행에 사용한 SKS소총을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이 법은 라이플 총을 공격용으로 개조하지 못하도록 금지시키고있는데 듀런이 사용한 중국제 반자동 SKS소총이 공격용으로 개조된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한 상태.
한편 이 사건은 역설적으로 클린턴의 범죄퇴치법안에 대한 지지를 높여주고 있다고.
백악관의 디 디 마이어스 대변인은 30일『이번 사건으로 대통령이 그토록 범죄퇴치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하는 이유를 인식시키는계기가 됐다』고 평가.
***市民들에 사의표시 ○…빌 클린턴 美대통령은 백악관 총격사건이 있은뒤 이날 저녁 열린 한 만찬모임 연설을 통해 총격범을 현장에서 붙잡은 시민들에게 사의를 표시하고 대통령 경호실의신속한 대응조치에도 찬사를 보냈다.
클린턴 대통령은 총격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TV의 미식축구 중계를 보고있었으며 총소리와 축구경기장의 환호소리가 뒤섞였다고 말하면서『총격이 있은뒤 순식간에 경호실 요원들이 현장에 도착했다』고 칭찬.
클린턴 대통령은 또 평시보다 훨씬 삼엄한 경호를 받은 중동순방을 마친데 이어 백악관의 안전한 경호를 받아 기분이 좋다고 조크. [워싱턴=陳昌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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