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지역 러 패권주의 조짐-CIS국에 일부주권제한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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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舊소련권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패권이 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21일 모스크바에서 개최됐던 독립국가연합(CIS)정상회담에서『CIS는 앞으로 강력한 통합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일부 회원국들의 주권을 사실상 제한하는, 정치.국방.국경보호 분야에서의 강력한 통합을 요구하는 비망록을 제출했다.
옐친이 이와 같이 강력한 통합의지를 강조하는 배경은 CIS 국가들이 러시아의 보호막을 벗어나서는 경제는 물론이고 정치.국방에서도 홀로서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또한 러시아가 CIS 국가들의 경제에 상당부분 원조성 지원을해 주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옐친은 CIS 국가들에 대해 러시아의 주도권을 인정하는강력한 통합 쪽으로의 개편을 주장하는 한편 러시아가 관련된 문제에서 더이상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는 이미 금년 초부터 과거에 속국격이었던 舊소련권 국가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러시아계 소수민족에 대한 보장책이 마련되기 전에는 라트비아에 주둔중인 舊소련군을 철수시키지 않겠다』『러시아의 뒷마당에 접근하지 말라』는 등의 선언은 러시아의 패권주의적 경향을잘 보여주고 있다.러시아가 이러한 패권적 경향을 표출하 는 이면에는 다시 러시아의 영향권아래로 들어오고자 하는 열망이 舊소련권 지역에서 점증(漸增)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장 강력한 탈소(脫蘇)열망지역이었던 우크라이나의 경우 최근러시아와의 유대강화를 주장한 레오니드 쿠츠마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벨로루시의 경우는 한 걸음 더 나가 아예 러시아 루블貨로의 화폐통합을 실시했다.
지역안정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에 따라 이미 러시아군은 그루지야.南오세티아.몰도바 등지의 지역분쟁에 개입하고 있는데 유엔도이를 사실상 승인하고 있고 정보기관들도 통합강화 정책을 쓰라는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스크바= 安成奎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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