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1년 반 뒤인 11월 21일 정부 과천청사 복지부 대회의실에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열렸다. 6시간을 넘긴 회의는 내년 1월부터 입원환자의 식대 부담을 현행 20%에서 50%로 다시 올리기로 결론냈다. 1년 반 만에 식대 부담금이 줄었다 늘었다 한 셈이다.
이유는 건강보험의 적자 폭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747억원이던 당기 건보 적자가 올해엔 3124억원(추산)에 달한다. 문제는 지난 1년간 입원환자 밥값에 쓰인 건보 지출이 5000억원가량이라는 점이다. 밥값 지출액이 건보 당기 적자액을 넘어선다.
건강보험에서 환자 식대를 지원하는 방안은 수년 전부터 정부가 검토한 방안이다. 느닷없이 나온 정책이 아니다. 적자 폭 증가는 당연히 따져 봤을 대목이다. 그럼에도 집권 여당과 정부가 식대 당정협의에서 추진을 결정하고, 이를 언론에 알리고, 당의 선거 공약에 넣어 발표한 것을 보면 결국 지방선거용 정책이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무엇보다 식대 부담금을 1년 반 만에 올린 사실이 정부 스스로 식대 정책이 무리하게 추진됐음을 자인한 셈이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정책 공약을 발표하며 "공약의 필요성.타당성.추진 일정.소요 예산을 공개해 이행 여부를 보고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8월 해체된 열린우리당이 지금 남아 있다면 뭐라고 답할지 묻고 싶다.
채병건 정치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