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펀드 규모 100조원 시대 열렸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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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주식형 펀드 규모가 100조원을 넘었다. 하지만 최근 펀드 투자 환경은 녹록지 않다. 세계 주요 증시의 불안이 깊어지면서 국내 증시도 급락을 거듭하고 있다. 투자자들도 유행을 좇아 특정 펀드나 지역으로 몰려다니는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외 증시 변수와는 별도로 이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하면 선진 펀드투자 문화로 발전하지 못하고 주저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점은 고쳐야=올 초 이후 국내 투자자들의 펀드투자 경향을 보면 넘어야 할 ‘산’이 보인다. 굿모닝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 가장 많은 돈이 몰린 펀드가 리츠(REITs)펀드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이 1.04%에 불과하던 지난해 연 30% 안팎의 고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익률은 2분기부터 뚝 떨어져 손실을 내는 펀드가 속출했다.

굿모닝투자증권 이계웅 펀드리서치팀장은 “올해 리츠펀드 투자는 ‘장님투자’ ‘뒷북투자’의 전형”이라며 “리츠펀드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지난 수익률을 보고 뛰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8월 이후 본격화한 중국 펀드 투자 열풍은 ‘쏠림 현상’의 표본이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7일 현재 해외주식형 펀드(42조9422억원) 중 중국 관련 펀드 비중은 42.5%에 달한다. 미래에셋의 인사이트펀드는 출시 20일 만에 4조원에 가까운 뭉칫돈이 몰렸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펀드투자 100조원 시대를 연 주역은 중국펀드와 미래에셋”이라며 “역설적으로 이 두 가지는 쏠림 현상의 대표적 사례”라고 전했다. 그는 “특정 펀드나 운용사로 돈이 몰릴 경우 시장 상황이 나빠질 때 증시 전체가 흔들릴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불완전 판매와 이름뿐인 펀드몰, 단기투자 행태도 넘어야 할 산이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은 “아직도 많은 판매사가 투자자의 성향은 고려하지 않고 맹목적인 캠페인성 판매에 열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기대수익률 낮추고 위험 관리해야”=앞으로의 펀드 투자 전략은 100조원에 이르기까지보다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최근까지와 같은 고수익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고 대세상승의 추세가 끝났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펀드분석팀 박승훈 부장은 “앞으로 상당기간 세계 자산시장은 변동성이 확대되는 어려운 환경이 전개될 것”이라며 “기대수익률을 다소 보수적으로 잡고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팀장은 “내년에도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 여진, 달러화 약세, 엔캐리트레이드 자금 청산 우려 확대가 주요 이슈로 작용할 것”이라며 “국내는 대형 성장형 펀드, 해외에서는 이머징펀드(신흥시장 펀드)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리츠펀드=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해 임대료와 매각 차익을 얻는 ‘리츠(REITs)’나 부동산 관련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의 일종. 리츠는 일반 주식처럼 증시에 상장돼 있기 때문에 실제 부동산 경기 외에 시장의 심리적 요인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불완전 판매=은행과 증권사에서 고객에게 펀드를 비롯한 금융상품의 성격을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고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에 따르면 고객의 투자성향, 자산현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상담하는 것도 불완전 판매로 규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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