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중계>중진의원도 질의경쟁 긴장감 도는 國監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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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정감사장에 긴박감이 감돌고 있다.초.재선 야당의원들이 국감장을 휩쓸던 분위기에서 야당은 물론 여당의 중진의원들도 활발한질의에 나서고 있다.
과거처럼 의자를 뒤로 젖힌채 지그시 눈감고 고개만 끄덕이는 모습은 더이상 보기 어렵다.
中央日報가 의원들의 활동에 성적을 매기고 난후의 새 풍속도다. 28일 외무통일위에서 이만섭(李萬燮.전국구)의원은 정부의 대북(對北)정책에 일관성이 없다고 호통쳤다.질의를 경청하던 한승주(韓昇洲)외무장관이 오후4시가 가까워지자 좌불안석했다.4시부터 청와대 회의가 예정된 때문이다.
李의원의 눈꼬리가 치켜올라갔다.곧바로 『청와대 회의보다 국정감사가 더 중요하다.국감 때문에 늦는다면 대통령도 이해할 것』이라고 질타했다.전직 국회의장의 노익장 과시에 회의는 더욱 달아올랐다.
의원들의 말문이 터진 것은 수치로도 입증된다.이날 열린 15개 상위중 상공.교육.농림수산위등에서는 단 한명씩을 제외하고 나머지 전 위원이 질의에 나섰다.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29일 오전『대략적으로 전체 의원 2백99명중 2백60명 정도가 첫날질의에 나선 것같다』고 밝혔다.
회의시간도 당연히 늘어났다.이날 국정감사는 오전 10시에 일제히 개회돼 재무.내무.교육.상공위등은 밤12시가 돼서야 회의가 끝났다.자정쯤 감사장을 빠져나오는 행정부 공무원들은 모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상공자원부의 한 국장은 『첫날은 봐주는게 관례였는데…』라며 서운함을 표시했다.농림수산위에서는 양창식(梁昶植.남원)위원장이발언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아 회의 시작 5시간만인 오후 3시에야 정책질의에 들어가는 진풍경도 벌어졌다.최인기 (崔仁基)장관은 업무보고도중 쏟아지는 김영진(金泳鎭.강진-완도).이희천(李熙天.부안).이길재(李吉載.광주북을)의원등의 속사포식 질의에 마이크를 놓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상임위원장들은 이날 의원들의 질의 신청이 폭주할 낌새이자 아예 한사람당 질의시간을 15분으로 묶어놨다.
재무위에서 김덕룡(金德龍.서울서초을)前정무장관은 정부의 산업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 시선을 끌었다.과거 정무장관 같으면 뒷전에서 독려만 했을 서청원(徐淸源.서울동작갑)의원도 문화체육공보위에서 직접 나섰다.
극히 일부지만 재탕삼탕의 질의도 있고 속기록 게재만을 위한 질의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그러나 아무리 공부와 담쌓고 살던 의원이라도 발언대에 자주 나서다 보면 질의수준이 향상될 것이란소박한 믿음이다.
〈金鉉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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