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43년 만에 전국 학력평가 해보니…'유토리'에 충실한 오키나와 꼴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학력보다 폭넓은 인성과 창조력 육성에 중점을 두는 일본의 이른바 '유토리(ゆとり) 교육'이 낙제점을 받았다.

유토리 세대는 지식을 활용하는 응용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43년 만에 올 4월 전국의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전원 220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규모 학력 테스트 결과다. 당초 유토리 교육을 통해 '응용 사고력'을 향상시키겠다는 일본 정부의 의욕은 물거품이 됐다.

국어와 산수(수학) 두 과목을 각각 '기초지식'과 '지식응용'으로 나눠 실시한 이번 시험 결과 기초지식의 정답률은 80% 가까이 됐으나 응용력은 60~70%에 그쳤다. 초등학교 6학년 국어의 경우 그 격차가 18.7%나 됐다.

일본이 '스스로 배우고 생각하는 힘' 육성을 기치로 2002년 '유토리 교육'을 본격 도입하면서 토요일 수업이 사라지고 일선 교육현장의 학습량은 약 30% 줄었다. 초등학생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연간 100시간가량 수업량이 적어졌다. 2003년 실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학력조사(PISA) 결과 일본 학생들의 학력 수준은 12년 전인 91년에 비해 ▶수학이 1위에서 6위로 ▶독해력이 8위에서 14위로 폭락했다. 이 바람에 학력 저하에 대한 위기의식은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국가의 '유토리 교육' 방침과 별개로 소수 정예 교육, 지자체의 독자 학력시험 도입 등 학력 향상을 위해 노력해 온 아키타(秋田)현의 평균 성적이 가장 높았던 반면 유토리 공교육에 의존한 오키나와(沖繩)현은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또 TV 시청, 게임, 인터넷을 하루 4시간 이상 하는 학생의 정답률은 다른 학생에 비해 10%가량 떨어졌다. 반면 책을 많이 읽는 학생일수록 국어.산수 모두 기초지식과 응용력이 뛰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유토리 교육=여유 교육이란 뜻으로 학생의 자율성과 종합 인성교육을 중시하는 교육. 70년대 시작해 2002년 일본 공교육에 본격 적용됐다. 학생들의 창의력을 길러준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공부를 덜 시키는 바람에 학력 저하를 불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