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화약고 평화공존-이스라엘.요르단 평화협상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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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세계의 화약고」 였던 중동지역에 평화의 뿌리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라빈 총리와 후세인국왕이 25일 백악관에서 非교전국 선언서에공동 서명한 것은 지난 48년 이스라엘 건국이래 계속되어온 양국간 적대관계의 종식을 의미한다.
양국 정상은 이어 민항기 영공통과 허용을 비롯,수자원 공동개발,전화.전기.도로개설.관광객 교환 방문,국경지역에 문화공원 설치등 양국간 교류확대 계획에 합의함으로써 외교관계 수립과 경제 협력 증진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에 다가갈 수 있 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스라엘과 국경을 접한 아랍국은 요르단.레바논.시리아.이집트등 네 나라다.이에따라 이제 이스라엘로서는 현재 교착상태에 빠진 시리아와 레바논과의 관계개선만 남겨놓은 셈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67년 중동전때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를 비롯,시리아 (골란 고원),요르단(웨스트 뱅크와 가자 지구)등 아랍국들의 영토를 대거 장악함으로써 극단의 적대 관계에 빠지게 되었다. 이스라엘과 아랍측은 그후 79년 미국의 중재로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평화협정을 맺음으로써 사태 해결의 첫발을 내디뎠고 지난해 9월 PLO문제가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평화 공존의 길이 구체적으로 모색되기에 이른 것.
현재 군사력이나 전략적 차원에서 이스라엘의 최대 위협요인은 시리아로 꼽힌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요르단과의 적대관계 청산이라는 우회적 접근에 성공함으로써 이번 회담이 시리아와의 관계개선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시리아는 골란고원에서의 이스라엘군 철군 문제를 이슈로이미 이스라엘과 접촉중이며 지난주 2차례나 시리아를 방문했던 크리스토퍼 美국무장관은 양국간의 현안 타결에 긍정적인 확신을 표하고 있다.레바논도 시리아만 매듭짓고 나면 곧 이스라엘과 관계정상화를 모색할 전망이다.
이번 회담으로 후세인 국왕은 국내의 회교근본주의자들로부터 곤경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그러나 요르단은 그동안 막후협상을 통해 9억2천만달러에 달하는 對美채무 변제를 약속받아 적지않은 실리를 챙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랍 평화회담의 또하나의 승리자는 미국이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냉전 시대만해도 이지역에서 확고했던 舊소련,러시아의 영향력이 사실상 소멸됐음이 확인됐으며 미국은 압도적인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새로운 세계질서의 구축자로 등장했음을의미하고 있다.
실제로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서명행사때 양정상의 가운데에 앉아 서명식을 주재하고「증인」으로서 공동 서명을 지켜보았다.
따라서 美국내에서도 이번 회담은 그동안 보스니아.아이티.르완다및 북한핵등 주요 외교적 현안들을 다뤄오는데 있어 비판적인 평가를 받아온 클린턴 행정부의 立地를 크게 높여준 호재로 평가되고 있다.
[워싱턴=金容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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