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새풍속>연봉제(下)-아직 불안 考課 계량화등이 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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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연봉제를 실시하는 기업이 내세우는 가장 큰 장점은 동기유발효과다.일을 잘하건 못하건 때가 되면 월급이 올라가는 호봉제와 달리『일한만큼 받을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 자연스레 동료간 경쟁이 붙고 생산성 향상도 기대할수 있다는 것이다.
인사관리에 탄력성을 주고 우수한 인재를 뽑을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그러나 기업의 이같은 시각과 달리 연봉제를 지켜보는 직장인들은 기대보다는 불안과 걱정이 앞선다.
정작 연봉제를 시행중인 기업의 인사담당자들도『우수 인재 확보에 도움이 된다』『아직은 단점이 더 많은것 같다』며 엇갈린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같은 불안감과 시행상 어려움은 무엇보다 성과와 능력에 대한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과연 이뤄질 것인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혹 급여가 깎일수 있다는 것도 월급쟁이들에게는 불만이다.
따라서 연봉제를 실시중인 기업이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도 평가문제로 요약된다.연봉 삭감의 가능성은 대부분 아예 없애버렸다.잘하는 사람은 더 주지만 못해도 물가상승분 만큼은 인상 해준다는 것이다.서구식 연봉제와 다른점이다.
斗山그룹의 연봉제도입 실무담당자인 金明右대리는『직무분석이 제대로 돼있지 않은 상황에서 서구식 연봉제를 도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공정한 평가」문제는 이미 수년째 연봉제를 실시중인 기업조차어려움을 토로한다.의류업계의 한 관계자는『연봉제 도입의도는 좋지만 능력평가에 애매한 점이 많아 평가자가 자의적으로 해석할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연봉제를 실시중인 기업 인사담당자들도『고과의 계량화문제는 계속 검토.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올연말 처음으로 능력평가에 나설 斗山의 평가항목 역시 수치화된 부분이 없다.인사담당자들은 고과자의 주관적 평가를 최대한 억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지만 애매한 문항을 두고『맞다』『틀리다』로 나눌 경우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 에 없는 상황이다. 經總의 梁炳武 임금연구센터실장은『연봉제 도입을 위해서는 개인의 능력.실적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뒷받침돼야 한다』며『주관이 개입되는 일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한 모든 항목을 계수로 표현하도록 설계돼야 할것』이라고 제시했 다.
평가 대상이 되는 직장인들의 불안감도 문제다.웬만큼 실적 계량화가 가능한 영업직과 그렇지 않은 일반 사무직은 아무래도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동단체의 견제 또한 만만찮다.노총 정책연구실의 李正植 연구위원은『▲노동강도를 높여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고▲교섭을 통해 임금을 올리려는 근로자 일반 정서와 어긋나고▲노조활동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연봉제에 반대 한다』고 주장했다. 李연구위원은 그러나『국민경제 전체를 두고볼때 장기적으로 도입을 막을수는 없으나 직종.직급등을 지극히 제한적으로 운용해야 할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업들이 후속책으로 승진연한 단축문제를 검토하는등 연봉제가 새로운 임금제도로 일반화될 날도 멀지않지만 아직은 보완할 부분도 많은 실험적 제도라는게 연봉제에 대한 현시점의 평가다.
〈柳奎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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