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군것질, 입도 몸도 즐거워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중앙SUNDAY

배 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점심까지는 1시간이 넘게 남았다. 사무실 접견실에 있는 고객 접대용 쿠키가 어른거리지만 침을 삼키며 견딘다. 갈수록 굵어지는 뱃살을 내려다보면서 애써 눈길을 딴 데로 돌린다. 컴퓨터 판매업체의 노형근(42) 이사는 매일 한두 차례 간식의 유혹과 싸운다. 복부 비만이 온갖 성인병과 암, 노화의 주범이라고 알고 있어 간식을 입에 대지 않는다. 그러다 허기를 못 견뎌 식사 때 폭식하는 일이 잦다. 다국적 제약회사 GSK의 직원 560여 명은 오전 10시와 오후 3시에 두 종류 이상의 과일을 실컷 먹는다. 이 회사 김진호 사장은 2002년 “제약회사 직원들은 건강 면에서 일반인에게 모범이 돼야 한다”며 ‘과일 타임’을 만들고 이를 담당할 직원을 채용했다. 이 제도를 도입하고 나서 직원들의 건강이 좋아지고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특히 여직원에겐 피부 미용, 남자 직원에겐 해장용으로 인기가 높다. 이 회사 조성배(43) 이사는 “간식으로 과일을 먹으면서 뇌가 상쾌해지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하다”면서 “인스턴트 음식이나 커피, 탄산음료를 덜 먹게 됐고 최근 금연·금주를 결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번에 200칼로리 적당 군것질이 체중 증가와 성인병의 주범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일부 건강서적에는 ‘노화를 방지하기 위해 간식을 멀리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대다수 영양 전문가들은 노화를 늦추고 장수하기 위해 하루 두세 차례 간식을 먹되 한 번에 200~250칼로리의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미국영양협회(ADA)는 “하루 대여섯 번 과일과 채소를 먹어야 하며 식사를 통해 채울 수 없으면 간식으로 벌충하라”고 제안한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홈페이지에도 좋은 간식은 암을 예방하고 노화를 늦추며 기억력 향상, 심장 건강, 면역시스템 강화에 도움을 준다고 소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적당한 간식이 우울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간식을 먹으면 허기를 달랠 수 있어 과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현미나 잡곡, 통밀로 만든 크래커나 비스킷, 과일과 채소 등을 먹으면 점심과 저녁 식사의 열량을 줄일 수 있어 전체적으로 다이어트 효과를 낼 수 있다. 간식을 먹으면 평소 식사 때와는 다른 영양소를 얻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중년 이후에는 소화력과 대사능력이 떨어져 젊을 때처럼 먹으면 뱃살이 늘어나면서 정작 필요한 영양소는 부족하기 쉬운데 이 문제를 간식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노인은 절대 열량 부족이 문제인데 중년 이후에 하루 두세 차례 군것질을 하면서 적게 자주 먹는 습관을 들이면 칼로리와 영양소를 적절히 얻을 수 있다.   직장인은 하루 두 번 간식 적당
중년 이후에는 소화기관에 부담을 덜 주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기 위해 가급적 자주 적게 먹는 것이 원칙이지만 직장인은 오전과 오후 두 번 정도 간식 시간을 갖는 것이 적당하다. 아침 식사를 하지 않았거나 오전에 출출하면 현미나 잡곡으로 만든 비스킷이나 크래커, 과자, 음료를 먹도록 한다. 요즘 국내 식품업체에서 잡곡으로 만든 과자나 음료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중년 이후에는 뇌의 기능이 퇴화하며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우울증·치매 등이 생기기 쉬운데 현미나 잡곡에는 뇌의 기능을 돕는 양질의 복합탄수화물이 풍부하다. 뇌가 에너지와 영양을 필요로 할 때 간식을 통해 보충하면 뇌 노화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현미나 잡곡에는 또 양질의 식이섬유가 풍부해 대장 건강과 다이어트, 암과 성인병 예방에 좋다. 오후에는 비타민·미네랄·섬유질이 풍부한 과일을 듬뿍 먹고 나서 저녁 식사량을 줄이도록 한다. 다이어트 효과와 함께 피로 해소, 장 기능 강화, 세포 복원 등에 좋다. 땅콩·호두·아몬드 등 견과류와 아마인·포도씨 등 씨앗에는 각종 단백질과 몸에 좋은 지방인 단일불포화지방·비타민·섬유질 등이 풍부해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HDL) 수치는 높이고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는 낮춘다. 당뇨병 예방과 두뇌와 심장혈관 건강, 노화 억제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아몬드 한 줌(23개)의 열량이 164칼로리이고 한 컵이면 800칼로리에 육박하는 등 견과류와 씨앗은 열량이 높으므로 과식은 금물이다.

우유·요구르트·치즈 등 유제품은 아이들의 간식으로 여기지만 어른의 건강식으로도 좋다. 유제품에는 단백질·비타민·미네랄이 풍부하다. 또 칼슘이 풍부해 골다공증을 예방해준다. 하지만 열량이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저지방 유제품을 먹도록 한다. 어린 자녀나 손자와 함께 간식을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다. 아이들은 과일의 맛과 색깔을 좋아하므로 아이와 함께 과일이나 채소를 먹으면 가족 건강도 챙기고 자신도 젊어질 수 있다. 간식을 먹고 나서는 반드시 이를 닦아야 한다. 하얗게 도정한 곡류로 만든 케이크, 도넛이나 면 종류를 먹거나 커피, 탄산음료를 자주 마시면 오히려 더 피곤하고 뱃살에 기름기가 끼므로 피한다. 취침 전 3시간 이내에 군것질을 하는 것도 피하고, 정 배가 고프면 우유를 반 컵 정도 마시도록 한다.   신동연 중앙SUNDAY 구독신청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