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부시 정책들 "실현 가능성 낮은 재선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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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새해 들어 잇따라 발표한 대형 정책들이 오는 11월 자신의 재선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주탐사 계획을 비롯해 불법이민자 구제, 저소득층 결혼 장려 등 지난 보름 새 줄줄이 내놓은 정책들이 의미가 작거나 실행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17일(현지시간) 사설에서 부시 대통령이 저소득층의 결혼 장려 등을 위해 15억달러의 예산을 투입하려는 방안에 이의를 제기했다.

교육 수준이 낮고 특별한 기술도 없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결혼을 한다고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시 측이 보수층 유권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이 정책을 내놨다고 본다.

2015년까지 달에 기지를 건설하고 화성에 유인탐사선을 보낸다는 우주계획도 선거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는 "엄청난 비용과 함께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발표된 정치적 배경도 논란거리"라고 지적했다.

비판론자들은 "미 항공우주국의 탐사 로봇 스피릿이 화성에 안착해 탐사활동을 벌이는 즈음에 이런 계획을 발표해 실현 가능성이 큰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고 꼬집었다.

지난 7일 발표한 이민법 개정 방침도 민주당 지지층으로 알려진 히스패닉계의 표밭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일부 히스패닉 단체들은 "부시 대통령은 지난 2년간 우리를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다가 선거가 있는 해에 불쑥 이런 정책을 내놓은 건 표를 겨냥한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한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흑인 표를 의식해 지난 15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묘소를 찾았으나 냉대를 받았다.

'부시 방문 반대'등의 피켓을 든 시위대는"이라크전쟁을 강행한 부시 대통령이 비폭력 인권운동을 실천한 킹 목사의 묘소를 참배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비꼬았다. 2000년 선거에서 부시 대통령은 흑인 유권자 표를 9% 얻는 데 그쳤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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