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주의 빨리 벗어나야-한승주외무 진단 한국외교의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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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목소리가 크고 공격적이라 해서 모든 일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목소리만 크게 내지말고 실용성을 추구하자』『핵문제를 포함한 南北관계를 대결심리나 제로섬 게임으로 봐서는 안된다』『러시아.中國을 포괄적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韓昇洲 외무장관이 2일 열린 재외공관장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한 발언들이다.
작년2월 외교사령탑을 맡은 후 지금까지 느낀 韓國외교의 문제점과 반성할 점을 솔직히 털어놓은 그의 말은 우리 외교가 구태를 벗고 새롭게 태어나야 함을 강조한 것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그가 연설에서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전하려고 한 메시지는우리 외교에▲장기비전의 부족▲무계획성▲즉흥성▲경직성▲소리의 요란함등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과거」를 버리고 우리 외교가 지향할 방향으로 그는▲실용외교▲예측 가능한 외교▲장래를 내다보는 예상외교▲유연한 외교▲조용하면서도 실질을 추구하는 외교▲對北 적대외교의 지양등을 제시했다.그는 우선 3월로 예정된 金泳三대통령의 訪中결정을 실용외교의 표본으로 설명했다.
우리 외교의 모든 측면을 요약할 수 있는 적합한 용어로「新외교」라는 말 이외에 다른 것이 있다면「실용외교」라고 말한 그는일부에서 지난 92년 盧泰愚前대통령이 中國을 방문했으니 이번에는 中國에서 방문할 차례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번 일은 굳이 순서와 격식을 따지지 않고 실용외교를 펴겠다는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와는 달리 전체 공관장들이 한꺼번에 모이지 않고이번에는 亞洲및 美洲지역 공관장들만 모여 회의를 하는 것도 실용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韓장관이 실용주의 외교 다음으로 제시한 바람직한 방향은「앞을예상하는 외교」와「유연한 스타일의 외교」.
어떤 일이 일어날 때 허겁지겁하기보다 중.장기적 구상을 갖고장기적 체계속에서「예측가능한 외교」를 하자는 것이다.
이같은 예상외교와 유연한 외교가 우리에게 보탬이 된다는 것이다. 韓장관은 몸이 크고 힘이 센 동물은 서두르지 않을 뿐아니라 목소리도 크지 않고 말도 많이 하지 않는다면서 목소리만 크게 내지 말것을 당부하며 즉흥적이고 무계획한 사람들이 흔히 하는 큰 목소리를 경계했다.
그는 이어 올들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국제화에 대한 인식도잘못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경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국제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너무 단면적일뿐 아니라 근시안적 목적 설정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구체적이고 단기적인 목적 이외에 우리나라의 입지나 위치를 세계에 세우고 아울러 우리 국민 전반의 정신.물질적 생활을 풍요롭게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해결의 기로 에 놓여있는 北韓핵 문제를 포함한 통일정책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은 것처럼 보였다.
『北韓핵 문제를 포함한 南北韓문제 전체에 있어 대결심리나 제로섬 게임으로 대응하겠다는 자세를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北韓이 일련의 核협상을 통해 어떤 이득을 얻게되면 결국 우리에게도 보탬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며 이같은 생각을 南北관계와 관련한 통일외교에서 전제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北韓핵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사항은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 것이며 北韓에는 단호하면서도 유연한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었다.
韓장관은 또『新외교의 다섯가지 기조(세계화.다원화.다변화.지역협력.미래지향)중 다원화는 안보나 정치 외에 경제.환경.자원등 기타 모든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되겠다고 하는 말』이라면서『이들 문제가 가까운 시일내에 우리 문제로 다가올 것이므로 우리는 포괄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개별 국가를 볼 때도 전체적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환경.자원도 관심 예컨대 많은 사람들은 러시아 하면 우리가 제공했던 경제협력차관을 돌려받지 못한 나라라거나,北韓핵문제와 관련해 우리에게 도움을 줄수 있는 나라로,中國하면 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하고 北韓핵과 관련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로 단순 화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끝으로 국제상황의 급변에 따라 미래의 일로 생각하는 것이 현재로 나타나는 것이 많다고 말하며「예방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이같은 방향들은 한마디로 이제 우리가「성숙한 외교」를 해야할 때임을 강조한 것이다.
〈朴義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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