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문화 관료사회에 순기능”/한·중·일 학술토론회서 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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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본·덕치·근검정신은 행정·국가발전에 큰힘
한국행정연구원(원장 노정현)이 15일 「유교사상과 아시아의 관료문화」란 주제로 개최한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한·중·일 3개국 학자들 대부분은 유교문화가 동아시아의 행정과 국가발전에 큰 힘이 됐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이는 종전 권위주의·형식주의·운명주의·온정주의·파벌주의로 묘사돼온 유교문화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근대화에 역기능을 초래했다는 주장들을 뒤엎은 내용들이다.
노 원장(연세대 교수)은 기조연설에서 『동아시아에서 유교가 근대화나 발전에 장해가 된다고 보는 학자들이 많았다』며 대표적 예로 독일의 사회학 창시자 막스 베버를 지목했다.
베버는 유럽의 자본주의 발전은 개신교도와 관련된 금욕적 도덕성의 산물인데 비해 중국 등 아시아에서는 자본주의 경제발전에 필요한 경제윤리가 없으며 유교사상은 자연을 극복하기 보다는 자연에의 조화를 주장하기 때문에 도덕적 역동성(Moral Dynamism)이 결핍돼 있다고 주장했다.
노 원장은 이에 대해 『교육에서의 수기의 도,정치사상의 핵심인 덕치주의·민본주의,경제원리에 있어서의 근면·절약·저축 등 유교정신은 서구의 프로테스탄트 윤리를 능가하는 자본주의 논리』라고 통박했다.
그는 이어 19세기 한국의 대표적 실학자 정약용이 행정인으로 갖추어야 할 세가지 윤리지침으로 ▲염결(정직)·봉사정신 ▲밝은 행정을 위한 신의 ▲나라재화의 절용을 주창한 것도 상기시켰다.
토론에 나선 황성돈박사(한국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는 ▲효도정신 ▲예절바른 인간관계 ▲겸손·근면·조화·절약·정직·국민편의·신뢰·의로움 등 바람직한 유교 속성들이 한국관료사회에 실제로 내재돼있음을 공무원 7백50명의 설문조사를 통해 밝히기로 했다.
그는 65∼80년대까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보인 10개국중 한국·홍콩·일본·대만·싱가포르 등은 유교권국이 아니냐고도 반문했다.
중국의 루우열교수(북경대)도 유교사상이 2천년 중국관료문화에 끼친 긍정적 요인들로 현인정치,민본주의,자애로운 정부,덕치주의,민생안정의 경제정치,자기수양 등을 꼽았다.
일본의 가지신행교수(오사카대)는 『현대 일본을 이끌고 있는 고급관료는 유가 관료의 맥을 잇고 있는 전문가집단』이라면서 『인격과 교육을 중시하는 유교문화가 일본 관료사회 형성에 엄청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국의 악경평교수(북경대)는 『혈연중심의 유교문화가 가족중심의 관료정치를 불러온 측면도 있다』고 일부 부정적 측면을 제기하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유교문화의 긍정적 요소들을 발굴하고 계승·발전시키는 노력이 소홀했다고 한결같이 자성했다.<신동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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