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과 마약(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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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중문화의 부정적 측면으로 지적되는 이론 가운데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청소년들로 하여금 「개인적인 동물」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50년대 후반 엘비스 프레슬리가 청소년들의 우상으로 떠오르면서 제기된 이 이론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통용되고 있다. 젊은이들은 대중문화를 통해 자기의 존재상황에 대한 통찰력으로부터 도피하기를 꿈꾸게 되고,대중문화의 슈퍼맨에 대한 정신분열적인 이미지를 탐닉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대중문화를 전달하는 입장에 있는 연예인들은 청소년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하면 연예인으로서 그들의 장래는 극히 불투명하게 되므로 어떻게 해서든지 청소년들을 자기 세계로 끌어들이려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게 마련이다. 가수들의 경우 기본적으로 노래 그 자체에 담긴 호소력이 얼마나 청소년들을 감동시킬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리지만 요즘과 같은 「비디오시대」에는 노래 외적인 것,이를테면 분장·옷차림·동작·스테이지 매너 따위가 노래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그 인기는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말로 노래를 대신하는 이른바 「랩송」이 등장한 것도,온몸에 요란한 장식을 주렁주렁 매달고 무대위에서 온갖 기괴한 몸동작을 해대는 가수들이 등장한 것도 청소년 세대에 동화하려는 연예인들의 안간힘을 대변한다.
그같은 안간힘이 상궤를 벗어날 때 문제가 발생한다. 마약복용이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대중예술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유럽 몇몇 나라의 팝 가수들이 이따금 마약 상습복용으로 물의를 빚은 것은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은 음색·음조는 물론 몸동작 하나 하나에 이르기까지 재능 외적인 것을 마약에 의존해 평상시에는 할 수 없는 것들을 청소년들에게 보여주고 들려줌으로써 인기를 유지해왔던 것이다.
외국 팝계의 그 못된 습관이 우리나라에까지 흘러들어온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엊그제 인기절정의 가수들이 구속된 사건은 그들이 종래의 대마초에서 몇단계쯤 뛰어넘은 히로뽕을 상습적으로 맞아 왔다는데서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아무리 대중예술이라 하더라도 마약에까지 의존해 인기를 유지하려는 풍조는 하루빨리 불식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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