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태풍도 “큰 수자원”/올해 큰비없어 저수량 60%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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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잘만 활용하면 1조원대 “혜택”
수많은 인명피해와 재산손실은 물론 손꼽아 기다려온 휴가를 곧잘 망쳐버리는 여름철의 「쌍둥이 불청객」 태풍과 장마. 그러나 이 태풍과 장마가 꼭 무섭고 지긋지긋한 것만은 아니다.
수자원 측면으로 보면 엄청난 에너지와 생활용수·농업용수·공업용수를 제공하는 반가운 손님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연간 내리는 비의 총량은 평균 강우량 1천2백74㎜에 1천2백67억t.
이는 지구 전체로 따질때 세계평균의 13배나 되는 양이지만 인구밀도가 높아 1인당 강수량은 11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이같은 비의 대부분은 증발하거나 바다로 직접 유출되고 또 땅속으로 스며들어 생활용수 등으로 이용되는 양은 총강수량의 18%인 2백32억t.
절반이 넘는 1백51억t(54%)은 농업용수로,49억t(17%)은 식수 등 생활용수로,25억t(9%)은 산업발전의 원동력인 공업용수로 각각 이용되고 나머지 57억t은 전력생산과 함께 하천유지용으로 활용된다. 이처럼 유익한 「수자원」인 비는 장마와 태풍이 찾아오는 6월부터 9월사이 전체 강우량의 65%가 내린다.
이때문에 수자원공사와 한국전력공사는 지금 고민중이다.
강한 비구름을 동반한 태풍 「퍼시」가 비껴가고 장마도 예년에 비해 큰 피해없이 끝나 한편으론 다행이지만,비가 충분히 내리지 않아 소양·충주·안동댐 등 전국 9개 다목적댐의 저수율이 60%선에 그쳤기 때문이다. 소양댐의 경우 31일현재 유효저수용량 19억t의 절반을 가까스로 넘는 10억2천만t 밖에 비축하지 못하고 있다. 크고 작은 31개의 수력발전소를 통해 연간 48억6천3백22㎾의 전력을 생산하는 한국전력공사도 신경이 쓰이기는 마찬가지다.
수자원공사측은 『여름철에 물을 충분히 가둬놓아야 갈수기인 10월부터 3월사이 식수와 논물 등을 제때 공급할 수 있다』며 『최근 수질오염 등으로 계절과 관계없이 물부족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장마와 태풍으로 인한 재산손실이 10억원대라면 혜택은 적게잡아도 1천배인 1조원대』라고 설명했다.<박종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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