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닐 발언, 美 대선에 불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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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한권의 책이 워싱턴을 뒤흔들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 출신인 론 서스킨드가 집필한 '충성의 대가(The Price of Loyalty)'가 문제의 책이다. 조지 W 부시 정권의 초대 재무장관을 역임했던 폴 오닐(左)의 증언에 바탕을 둔 것이다. 오닐은 부시(右) 대통령의 핵심정책인 감세정책에 반대했다가 2002년 12월 전격 해임된 인물이다.

폴 오닐은 13일(현지시간)부터 판매될 이 책의 시판을 앞두고 CBS방송의 '60분' 프로그램에 출연해 부시가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기로 했다는 등을 폭로했다.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각료회의에서의 부시 대통령을 가리켜서는 "귀머거리로 가득 찬 방의 장님"이었다고 혹평했다. 오닐은 또 자신의 해임 배경에 체니 부통령의 '작용'이 있었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책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부시 대통령에게 '악재'가 될 조짐을 보이자 부시 행정부는 일제히 '부시 감싸기'에 나섰다.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은 돈 에번스 상무장관. 부시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한 에번스 장관은 CNN에 출연해 "부시는 각료회의에서 반대의견이 제기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대통령"이라고 두둔했다. 오닐의 후임인 존 스노 재무장관도 "이라크전과 불경기를 감안할 때 어느 정도의 재정적자는 이해할 만한 것"이라고 부시 대통령의 감세 정책을 옹호했다. 이어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도 "이 책은 자신의 입장을 합리화하려는 것 같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오닐의 증언은 이제 미 대통령 레이스로 무대를 옮겨 정치적 이슈로 비화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선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는 이 책 내용과 관련, "이는 부시가 처음부터 이라크전을 계획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또 다른 민주당 후보인 조셉 리버먼 상원의원도 "부시 대통령에 대한 이 책의 묘사는 내 경험과 일치한다"며 "부시 대통령은 도와주기가 힘든 사람"이라고 부시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서울=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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