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서울시민」에 뽑힌-국제우체국 신방식씨|"전세 산다고 이웃 못 돕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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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모범 서울시민으로 뽑힌 신방식씨(34·서울국제우체국통상과)는 하루를 세번 시작한다.
낮엔 체신공무원으로 뛰고 퇴근 후에는 야학교사, 한밤중에는 방송통신대학 학생으로 공부를 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전남장성농고를 중퇴한 뒤 서울에 올라온 신씨는 공장직공·막노동 등 닥치는 대로 일거리를 찾아 헤매면서도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하고 90년 체신부 우편원으로 채용됐다.
태어나 처음으로 안정된 생활을 시작한 신씨는 자신처럼 불우한 환경 속에 성장하는 청소년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을 주겠다며 지난해 2월 구로공단내 섬돌야학과 서울YMCA야학교실에 매주 5일을 야학교사로 자원 근무해온 것.
오후10시가 넘어 야학교실이 끝나면 신씨는 곧장 귀가, 저녁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한 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방송통신대학 강의를 들은 뒤 복습을 하고 잠자리에 들 때가 오전2시. 이처럼 바쁜 일정에 쫓기면서도 신씨는 24시간근무 다음날 쉬는 낮 시간에는 매주 한차례씩 구로종합사회복지관 경로식당에서 걸식노인들을 위한 자원봉사자로 나선다.
신씨는 또 우체국이용자들이 꼭 알아야할 내용을 담은 「우체국여행」이라는 책자를 올해초 자비로 출판, 전국의 우체국에 배부하기도 했다.
『한때 아내가 단칸방에 전세 사는 주제에 누구를 돕느냐며 위선자라고 몰아붙일 때가 가장 힘들었지만 돈 있고 여유있는 사람만 힘든 이웃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만큼 위험한 편견은 없다』는게 신씨의 생활신조.
최근 소년소녀가장들을 위한 조그마한 집을 마련코자 참여희망자를 구하고 있는 신씨는 『조금이라도 여유있는 사람들이 이웃에 관심을 가져 아픔과 기쁨을 더불어 나누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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