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 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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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요즘엔 관심을 갖는 사람이 적고 농약 등 살충제 때문에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골에 가보면 습한 밭고랑에 자라는 박하를 발견하게 된다.
박하(박하)는 약명일 뿐 영생 혹은 승양채 축하채 번하채 파하라고도 불린다. 박하의 향기가 높은 것은 박하뇌로 알려진 멘톨성분이 다량(70∼90%)함유되어 있기 때문.
약효는 풍을 몰아내고 위를 실하게 해주며 열을 쫓고 종기를 가시게 하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예부터 소화불량을 비롯하여 가슴·배가 부풀어오를 때, 두통·치통·감기, 목이 붓고 아플 때, 눈이 충혈 되었을 때, 부스럼이 났을 때 치료약으로 쓰여왔다.
차 거리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음력 3, 4월께 새순이 돋아난 박하(개박하가 아닌 참박하라야 제격이다)를 구해 잎을 따 일단 시루나 적당한 용기에 살짝 찐다. 다음 이를 음건하여 습기가 없고 서늘한 장소에 보관했다가 무더위가 밀어닥칠 때나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할 때 뜨거운 물에 우려내어 마시도록 한다. 녹차를 내어 마시듯 하면 된다. 맛과 향이 다같이 향기로운데다 유해한 환경과 세상사로 지치고 병든 심신을 회복시켜줄 것이다.
찻물로는 중수가 아닌 경수가 좋다. 6월로 접어들며 갑작스런 기온상승으로 한낮의 더위가 사람의 숨통을 막히게 하거나 오뉴월 감기로 기침이 잦고 목이 아프면 망설이지 말고 박하 차를 다려 마실 일이다, 배경으로 거문고 소리 은은히 울려 퍼지게 한 다음 조용치 박하를 음미한다면 선경이 따로 있을 리 없다고 본다.
정성으로 만든 박하 차는 요즘처럼 기침과 목의 통증을 수반한 감기로 고생하는 부모님께 드릴 효도 차로도 단연 으뜸이다. <연호탁·관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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