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회복인가/일과성 특수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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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활기띠는 수출 품목따라 “명암”/철강·자동차등 중화학제품 호황/신발등 경공업은 오히려 뒤걸음/수출증가분 61%가 대중국 의존… 선진국 점유율은 줄어
올들어 수출이 다소 회복되고 있지만 품목별·지역별 편차가 너무 심하고 수출상품의 구조와 시장판도 또한 엄청나게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잘되는 품목과 잘되는 시장에는 물건이 없어서 못팔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반면,안되는 품목은 여전히 출혈수출에다 기존시장에서의 점유율도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일부품목의 기록적인 수출호조는 엔고라는 환율바람과 동남아와 중국의 지역특수 바람이 한쪽으로만 불고있기 때문이며 거꾸로 신발·의류 등 한번 경쟁력을 잃은 상품들은 후발개도국의 추격을 떨쳐내기에도 힘에 부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따라 일부 수출이 급증해도 정작 경쟁력의 잣대인 선진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계속 떨어져 수출증가가 과연 수출경쟁력의 회복이 뒷받침됐기 때문인지,아니면 외부적 효과에 의한 일시적인 양상에 불과한것인지 종잡기 힘들고,또 4월말 현재 수출증가분 16억7천만달러의 60.7%를 대중국 수출에 의존(한은조사),중국이 수입을 줄일때 큰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3일 상공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4월말까지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7.2% 증가한 2백50억달러에 달하고 있으나 부문별로는 중화학제품의 수출이 15.2%의 증가로 호조를 보인 반면,경공업제품 수출은 오히려 5.2% 감소해 지난해에 이어 계속 마이너스성장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뚜렷한 명암을 보이고 있다.
상공자원부는 이에대해 『중화학쪽이 예상밖의 높은 성장을 하고 있다기보다는 경공업쪽이 생각보다 너무 쉽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며 수출증가율이 10%정도의 당초 기대치에 못미치는 7.2%의 부진을 보이고 있는 것도 경공업쪽의 수출이 뒷받침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경기회복을 피부로 느낄수 있는 신발(8억2천만달러,33.1%감소)과 의류(20억3천만달러,11.5%감소) 등 중소기업중심의 노동집약품목의 수출은 계속 부진,신경제 정책에 따른 경기회복의 효과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중화학제품 가운데서도 수출덩치가 큰 ▲자동차(14억4천만달러,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백7% 증가) ▲철강(21억2천2백만달러,41.6%증가) ▲컴퓨터(10억6천만달러,41.1% 증가) 등은 업체들도 기대하지 못했을 만큼 기록적인 증가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수출도 20억7천만달러로 증가율은 6.6%에 그쳤으나 안을 들여다보면 단순조립은 줄어들고 삼성전자·현대전자·금성일렉트론이 일관생산하는 알짜배기 반도체가 20%이상 증가했으며 이밖에 카메라·시계 등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품목들도 엔고로 없어서 못팔 정도다.
이들업종은 호황을 누려 철강과 자동차는 수출물량조절을 통해 수출단가를 높이고 있는 중이며 반도체는 이미 평균 4%정도 수출가격 인상을 단행하기도 했다.
상공자원부는 수출감소 품목 가운데서도 의류와 신발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수주가 부진해 큰 감소를 보인 선박(32.3% 감소)과 컨테이너(38.9%감소)의 수출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의류와 신발은 앞으로도 후발개도국의 추격권에서 헤어나지 못할 정도가 아니냐는 의결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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