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특혜로 매출·순익 급증(공기업 이대로 좋은가: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자회사 포함 총3백여개 달해/특수분야만 제외 최소화해야
국가경쟁력과 경제활력의 회복을 위해 좀더 적극적인 공기업의 민영화정책 재개가 추진돼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도로·항만 등의 확충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데도 우리나라 공기업의 비중은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아 점점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시대를 이겨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공기업의 현황과 문제,외국 민영화사례,앞으로 공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 등을 세차례로 나누어 짚어본다.<편집자주>
대한항공(KAL)은 지난해 2조4천4백억원의 매출에 37억원의 흑자를 올렸다.
현재 종업원은 1만5천명,보유항공기는 88대로 세계 10위권내의 항공사로 발돋움했다.
공기업이던 전신 대한항공공사(KNA)가 만성 적자(69년 매출액 39억원에 적자 1억6천만원)로 정부의 골칫거리였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반전이다.
대한항공공사와 비슷한 시기에 민영화된 다른 공기업들도 사정은 같아 인천중공업(현 인천제철)·대한해운공사(대한선주)·대한조선공사(한진중공업)·대한철광·한국기계·대한광업제련(한국광업제련) 등이 당시의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 대부분 흑자로 탈바꿈했다.
이는 민간기업이 공기업에 비해 기업활동을 하는데 훨씬 더 능률적이란 사실을 설명해주는 것이다.
물론 공기업은 민간기업과는 달리 이익창출만이 설립 목적은 아니다.
자본과 기술이 극히 부족하던 시절 공기업은 국가기간산업의 육성·사회간접자본의 확충·투자자본의 조달 등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경제환경이 바뀌면서 공기업을 이대로 둬서는 안된다는 논의가 일고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송대희 선임연구위원은 『공기업은 그동안 나름의 역할을 했지만 민간주도 경제시대에서는 이미 많은 부문에서 존재의미를 잃고 있다』며 『외국에서는 철강·석탄·통신 등 으레 공기업이 담당해야할 부문까지도 민영화되는 추세인 만큼 우리도 이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기업을 최소화 해야한다』고 말했다.
공기업은 우리 경제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4개의 정부기업에다 한전·한국통신 등 정부투자기관 23개,정부가 경영권을 사실상 쥐고있는 포철 등 7개의 정부 출자기관,또 이들의 자회사 90개 등 모두 1백24개에 달하며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의 공기업까지 합하면 무려 3백여개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지난해 예산규모는 나라 전체예산 43조7천억원의 1.4배인 모두 62조2천7백억원,종사 인원도 37만명을 넘고 있으며 국민총생산(GDP)에서 공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75년 8.3%,86년 9%에서 지난해에는 9.4%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또 매출액 증가율은 86년 이후 연평균 20%로 일반제조업(18.6%)을 웃돌고 있으며 지난해 공기업의 매출액대비 경상이익률도 15.2%로 일반제조업의 2.3%를 훨씬 앞질렀다.
민간기업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공기업이 이처럼 많은 매출과 이익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경제연구원 김재홍박사는 이에 대해 『공기업이 양질의 공공서비스 제공이라는 원칙에서 벗어나 독과점의 특혜를 이용한 「저생산­고마진」의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공기업들은 사업다각화 등 여러가지 이유로 앞다퉈 자회사를 만들어 87년 68개에 불과하던 자회사가 지난해에는 90개로 늘어났다.
KDI 송명희 주임연구원은 『공급자 위주에서 소비자 위주로 시장이 변하고 있고 앞으로 공기업 부문까지도 개방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경쟁의 도입과 경영효율 향상이라는 원칙아래 공기업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이철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