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는 권력… 천대받는 일 김환/이석구 동경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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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최근 떠들썩한 가네마루 신(금환신) 일본 전자민당부총재 구속과 수사진행,여론의 향배는 권력의 무상함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는 29일 보석으로 풀려는 났으나 입원할 병원을 구하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가네마루의 측근들은 79세의 고령인 가네마루의 건강진단을 위해 병원을 알아보고 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고 한다. 병원들은 그가 입원할 경우 언론기관들의 취재등쌀에 일반진료까지 제대로 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그의 입원을 거부했다. 지난해에는 보도기관의 요란한 취재경쟁에도 불구하고 그를 입원시켰던 병원마저도 지금은 왜 거부로 돌아섰을까.
이에 대한 한 일본인은 『당시는 가네마루가 의원직을 내놨으나 영향력이 남아 있었고 정치자금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을뿐 개인적으로 치부했다는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가 재기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탓이다. 일본 동경지검특수부는 27일 가네마루에 대한 수사를 일단 끝내고 탈세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87년부터 89년까지 3년간 18억4천8백만엔의 정치헌금을 신고하지 않음으로써 10억4천2백만엔을 탈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조세범처벌법에 의한 시효를 기준으로 한 것인데 그가 숨긴 소득 즉 정치헌금은 60억엔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에 따라 21억엔이상의 세금을 추징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그의 가족들은 그러나 그의 보석금을 마련하는데도 돈이 없어 쩔쩔맸다. 그의 전재산이 수사기관에 의해 압수된 탓이다.
뿐만 아니라 자민당 최대 파벌이던 구다케시타(죽하)파 의원들은 요즘 지역구에 내려가 과거 영수로 모시던 가네마루에 대한 사죄와 자신의 무관함을 설명하느라 정신이 없다.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 총리가 그에게 자민당과 국회를 송두리째 맡기던 시절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반면 75년 다나카 가쿠에이(전중각영) 전총리를 구속할 당시 총리이던 미키 다케오(삼목무부·사망) 전총리는 지금도 깨끗한 정치인의 귀감으로 일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사랑을 받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나친 욕심은 결국 자신을 파멸로 이끌게 마련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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