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북카페] 권력자는 말수가 적어야 더 커 보이고 힘 있게 느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최근 야당에서 대선 후보 검증 논란이 치열해지는 까닭은, 겉모습만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는 세상에서 평판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권력의 법칙』(로버트 그린·주스트 엘퍼스 지음, 까치)에 따르면 평판은 조심스럽게 모아서 쌓아두어야 하는 보물과 같다.

평판을 세우는 초기에는 사방에서 공격이 들어올 것에 대비하며 완강하게 평판을 보호해야 하지만, 일단 평판이 굳건해지면 자신감을 보여주며 자기 방어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다. 물론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측에서는 공격적인 자세로 상대의 평판에 도전하는 게 좋다.

 그렇다면 평판이라 하기에 미안할 정도로 지지율이 저조한 여권 후보들은? 아마도 은인자중하는 상황이라고 스스로 위로하고 싶을지 모른다. 일단 자신의 빛을 어두운 곳에 숨겨놓아 다른 사람의 공격 목표가 되지 않는다. 예리한 날을 칼집 깊숙이 숨겨둔 채 다른 사람을 겨누지 않다가, 기회를 봐서 단 번에 상대의 허를 찔러 승리를 거두고자 한다. 그러나 이 방법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 권력을 차지하기는커녕 산과 바다에서 낚시하고 나무하며 노루와 사슴을 벗 삼는 사람이 되기 쉽다는 게 『권력규칙』(쩌우지멍 지음, 한길사)의 충고다.

 분명한 자기 이미지 없이 상대 후보에 치명타를 가할 궁리만 한다면 큰 문제다. 다시 『권력의 법칙』에 따르자면 자신을 배우로 의식하고 외모와 감정까지 통제해야 한다.

미국 역사상 촌사람 같이 수수한 대통령은 링컨이 처음이었다. 링컨은 타고난 그런 특성을 스스로 더욱 강화시키고 재창조해냈다. 예컨대 링컨 이전에는 턱수염을 기른 대통령이 없었고, 링컨은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배포한 첫 대통령이었다. 다양한 상황과 국면에 맞는 역할 연기도 능숙해야 한다. 이러자면 얼굴을 자주 바꿔야 하는데, 예컨대 비스마르크는 자유주의자에게는 자유주의자의 얼굴을 보여주었고, 강경파에게는 강경파의 얼굴을 보여주었다.

 이쯤 되면 권력의 법칙이나 규칙, 기술이라는 게 사악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권력규칙』의 저자 쩌우지멍은 이렇게 말한다. ‘권력술이란 일종의 방법론으로써, 그 자체만 가지고는 선악을 논할 바가 못 된다. 중요한 것은 누가 누구에게 그것을 사용하느냐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한비자』를 인용한다. ‘권력술이란 가슴 속 깊이 숨겨 내보이지 않는 것으로, 만사의 시작을 우연으로 가장하여 신하와 백성을 보이지 않게 통제하고 다스리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권력과 말의 관계. 『권력의 법칙』에 따르면, 권력을 쥐고 있다면 말수가 적은 게 좋다. 실제보다 더 커 보이고 더 힘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윗사람을 모시는 처지라면 침묵은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나와 상대의 권력의 역학 관계에 따라 천변만화하는 게 권력의 규칙이자 법칙이라 할까.

표정훈(도서평론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