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공공의 적’에 포위된 ‘공공시설’

중앙일보

입력

지난 17일 저녁, 해가 지면서 낮 동안 지붕을 달궜던 뜨거운 열기가 집 안으로 내려앉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시원한 바깥바람도 쐴 겸 자전거를 타고 마실을 나갔습니다. 나뭇잎을 살랑대는 바람이 금새 집안에서 느꼈던 답답함과 더위를 잊게 해주었습니다.
 
간만에 동네를 둘러보다 참외라도 살까 해서 노을이 지는 하늘을 따라 인천 서구청 인근에 있는 마트로 향했습니다. 날이 긴 여름이라 밤 8시가 돼서야 어둠이 내려앉았고, 곳곳에 화려한 네온사인이 불을 밝히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구청 인근에 밀집해 있는 건물과 상가에서 요란한 불빛을 발산했는데, 러브호텔과 주점들이 밀집해 있는 구역의 불빛이 가장 눈부셨습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그곳을 살펴보다 인천광역시 서구보건소와 상수도 사업본부 서부 수도사업소 등 관공서 건물이 높이 치솟은 러브호텔과 단란주점에 둘러싸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보건소나 수도사업소에 볼 일이 있어 가려면 민망한 사진과 표시들로 가득한 러브 호텔촌을 지나쳐야 한다는 생각에 어이가 없어졌습니다. 어떻게 구청과 주택가와 마주한 구역에 러브호텔과 주점들이 들어섰는지, 대체 누가 이런 퇴폐업소 허가를 내준 건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인천시는 현재 가정 뉴타운과 검단 신도시, 송도 신도시, 청라지구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곳에서도 사진 속의 요란하고 눈부신 러브호텔과 주점들이 들어서면 어쩌죠?
 
인천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개발'이 벌어지는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겠지만, 러브호텔 품 속에 갇힌 보건소와 관공서의 모습은 흔치 않을 듯 합니다. 그 모습을 사진으로 전합니다.

리장 [savenature.egloos.com/]

*이 글은 블로그 플러스(blogplus.joins.com)에 올라온 블로그 글을 제작자 동의 하에 기사화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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