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조사체험 가르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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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수사반장」최중낙 씨가 퇴직 후 삼성직원으로 변신, 현직 때보다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있다.
90년 12월 퇴직직전 최씨(63)가 받았던 월급은 1백30만원선. 그러나 퇴직후인 요즘 그는 월급 2백만원에 각종 강의료 2천만원(지난해 세무서신고액), 운전기사가 딸린 고급승용차에 카폰까지 부착하고 전국의 현장을 누빈다.
그의 현 직책은 삼성계열사인 한국 안전 시스팀 고문·경찰대학 전임강사·문화방송 시청자 위원회 위원 등 10여가지.
이중 주된 업무는 그가 고문으로 있는 경비용역회사인 한국 안전 시스팀 직원들에 대한 수사·경비업무교육, 사고현장답사와 개선·대비책 마련 등이다. 그러나 이 업무 못지 않게 그가 심혈을 기울이는 일은 각종 교육 및 강연이다.
지난 한햇동안 그가 담당했던 교육 및 강의 수는 1백72회로 수강 인원만도 2만8천6백45명. 교육대상은 경찰기관·공무원교육기관·언론사 교양강좌·기업체·주부대학 등 다양하다.
그는 매일 오전8시쯤 삼성에 출근, 오전에 업무를 마친 뒤 이틀에 한번 꼴로 강연에 나서 40년간 현장에서 체험한 각종 수사경험과 교훈을 사례위주로 강연한다.
강의주제는 40년간 수사현장에서 일일이 기록해 보관하고 있는 각종 수사관계 자료를 근거로 청소년 범죄예방을 통한 범죄 없는 사회건설. TV인기 연속극이었던『수사반장』의 실제 인물이기도 한 최씨는 50년 10월부터 정년퇴직 당시인 90년 12월까지 시종 강력사건과 더불어 살아왔다.
순경부터 형사반장이던 경위 때까지 그가 직접 검거해 교도소로 보낸 강력 범죄자가 8백70명이고 이 같은 공로로 받은 훈포장 표창이 1백27회.
후배 경찰관들이 퇴직 후 별다른 직업 없이 소일하고 있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는 그는 후배경찰들이 현직에 있을 때 나름대로 주특기를 만들어 항상 공부하고 연구해 퇴직 후 전공을 살려 사회에 봉사하는 보람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요즘 강의자료는 현직에 있을 때 수사를 위해 모았던 것인데 은퇴 후 이렇게 요긴하게 쓸 줄은 몰랐어요. 열심히 살다보니 저절로 길이 열린 것 같아 40년 동안만의 경찰관이 아니라 영원한 경찰관이 됐어요.』
3년 전 환갑을 보낸 그는 아직도 돋보기를 쓰지 않고 신문을 보며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검정색 서류가방에 수사관계 기록을 넣고 현장을 달리고 있다. <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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