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2007년 ‘완소’ 아이템은? 아찔한 미니스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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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보르도TV? 웰루킹? 쌩얼?’하루가 다르게 마케팅 기법이 고도화하고 있다. 별별 마케팅이 모두 선보이는 세상-. ‘트렌드 마케팅’을 모른다면 당신은 앞서나가는 리더가 아니다. 한발 뒤처졌다. 트렌드 마케팅을 안다면 당신은 이미 전문가로 성공 예감!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10여 년 전을 회상하며 “그때가 좋았다”고 말한다. ‘150m 지하 천연 암반수’로 만든 맥주, ‘MSG 무첨가 조미료’처럼 경쟁사 제품보다 일보 발전한 기술을 선보일 때마다 시장의 승자가 바뀌고는 했으니 말이다.

전통적 마케팅 기법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대부분의 기술이 한계점에 도달하면서 제품 간에 차이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이에 기업들은 감성적 차별점을 강조해 제품을 돋보이게 하는 방식을 구사하고 있다. 그 가운데 최근 가장 주목받는 마케팅이 바로 ‘트렌드 마케팅’이다. 트렌드 마케팅? 간단히 말하면 사회적으로 유행하는 트렌드를 선점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파브(PAVV)의 보르도TV가 ‘트렌드 마케팅’을 이용해 큰 효과를 본 사례다. 칠레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이후 저렴한 와인이 공급되면서, 와인 가격이 많이 저렴해졌다. 자연스럽게 와인을 즐기는 계층이 부유층에서 중산층 일부까지 확산했다.

와인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 움직임을 보이자 삼성전자 PAVV는 재빨리 ‘와인’이라는 소비자 트렌드를 접목한 제품을 기획했다. 와인 잔을 형상화한 디자인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레드와인 산지에서 모티프를 따온 ‘보르도TV’는 마케팅에 ‘와인’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접목했다.

이 제품이 출시됐을 당시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TV와 와인이 무슨 관계지?’ 제품의 특장점이 아니라 소비자 트렌드를 이용해 마케팅을 펼치는 과감한 시도에 대해 항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와인을 주제로 한 만화 <신의 물방울>이나 저렴한 ‘와인 바’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보르도TV는 트렌드 선점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출시 6개월 만에 100만 대 판매 돌파, 국내 판매 1위에 올랐던 것.

사회 트렌드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반영한 성공 사례는 식초음료 ‘미초’다. 2006년 봄, 화장하지 않은 민얼굴을 뜻하는 ‘쌩얼’이라는 단어가 네티즌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CJ는 피부미용과 다이어트에 효능이 있는 식초음료를 출시하면서 ‘쌩얼’ 트렌드를 활용했다. CF에서는 피부미인 송혜교가 카메라 앞에 ‘쌩얼’을 드러낸다는 개념을 선보였다.

인터넷 뜨겁게 달군 ‘쌩얼’ 트렌드

마침 연예인 ‘쌩얼’ 사진이 인터넷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유행 코드로 자리 잡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웰빙과 웰루킹(well-looking) 트렌드를 미리 포착해 이용한 트렌드 마케팅 사례로는 남양의 ‘17차’가 있다. 건강하게 미모를 가꾸고 싶어하는 여성들의 심리를 이용한 것.

‘보르도TV’ ‘미초’ ‘17차’ 등이 트렌드 마케팅을 통해 시장에서 소위 대박을 터뜨린 이후, 다음 트렌드는 무엇이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 불고 있는 미니멀리즘(불필요한 장식을 없애고 실용적인 부분만 강조한 단순한 디자인)이 다음 주자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중에서도 단연 두드러지는 것은 2007년 여름 거리를 휩쓸 ‘미니스커트’다. 지난 여름·가을·겨울·봄 그리고 다시 여름. 계절이 한 바퀴 돌았지만 미니스커트의 아성은 무너질 줄 모른다. 거리는 온통 젊은 여성들의 쭉쭉 뻗은 다리로 황금빛 물결을 이루더니, 이제는 30~40대까지 미니스커트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직장여성 중심의 무릎 길이 스커트나 일부 젊은층의 집시풍 롱스커트도 있지만, 패션업체들은 “대세는 여전히 미니스커트”라고 못박는다. 지난해 하반기, 런던·밀라노·파리·뉴욕 그리고 서울에서 열린 2007년 봄·여름(SS) 컬렉션도 다양한 미니스커트를 선보였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외 스타들은 앞다퉈 미니스커트와 미니 원피스를 입고 대중 앞에 나타난다. 롱스커트 패션을 즐겨 입던 할리우드 영화배우 커스틴 던스트나 올슨 쌍둥이 자매가 한 뼘 길이 치마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 파파라치에 의해 생중계되고 있다. 그뿐인가? 각종 시상식이나 영화 시사회장에 나타나는 한국 연예인들도 아슬아슬한 미니스커트를 선보인다.

어느 날 갑자기 더워진 날씨와 함께 찾아온 것 같은 미니스커트. 하지만 미니스커트 트렌드에도 속 깊은 배경이 따로 있다는 사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소비자들은 거추장스러운 장식이나 버튼이 드러나 있는 제품보다 단순한 디자인을 추구한다고 한다. 반면 개인적으로는 자신을 타인 앞에 드러내 보이고 싶은 욕구가 커진다는 것.

이런 모순된 욕구를 함축하는 것이 바로 미니스커트다. 미니멀한 디자인과 함께 욕망의 상징인 다리가 드러나기 때문. 특히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웰빙과 피트니스 열풍으로 꾸준히 다리맵시를 가꿔온 여성들이 노력한 결과물을 드러내기 위해 과감히 미니스커트를 선택한다는 말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박 행진이 예상되는 미니스커트 트렌드를 가장 먼저 선점한 제품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바로 삼성전자 애니콜이 출시한 ‘미니스커트폰(SCH-C220, SPH-C2200, SPH-C2250)’이다. 애니콜 미니스커트폰은 여성이 미니스커트 위에 긴 티셔츠를 입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한편 초슬림 슬라이드 타입으로 터치패드를 적용해 버튼이 보이는 부분을 최소화했다.

‘전지현 미니스커트 화보’ 불티나

제품 디자인뿐만 아니라 액정부분에 거울처럼 반사되는 미러 코팅을 해 스타일을 꼼꼼히 챙기는 트렌드 리더들에게 ‘완소(완전 소중한)’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애니콜 마케팅 담당자는 “미니스커트 유행이 거세질수록 미니스커트폰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지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미니스커트 트렌드를 접목한 덕분에 출시 초반부터 빠른 기세 몰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봄, 단일 휴대전화로는 이례적으로 출시 한 달 만에 10만 대 판매고를 올린 애니콜 ‘컬러재킷폰’에 이어 패션 아이템에서 이름을 딴 ‘미니스커트폰’이 연달아 출시되면서 휴대전화업계뿐만 아니라 패션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군더더기 없는 몸매로 알려진 전지현이 애니콜 ‘미니스커트폰’ 촬영 도중에 찍은 화보가 있다는 소문이 업계에 돌면서 패션지들이 앞다퉈 지면을 할애하는 중이다. 패션계에서도 미니스커트 패션 트렌드를 응용한 트렌드 마케팅을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어느 유명한 광고인은 후학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시장보다 한 보 앞서가면 실패하고, 반 보 앞서가면 성공한다.”

역사의 큰 흐름에서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트렌드 마케팅을 말할 수 있지만, 성공하기 위해서는 동시대에 유행할 트렌드를 재빨리 포착하는 타이밍의 묘미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아무도 모르게 다가와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 트렌드를 찾기 위해 각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소비자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임지은_월간중앙 기자 / 사진제공_제일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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