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뷰] 중국증시 5000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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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증시는 미국과 디커플링, 중국과 커플링이다. 중국증시가 오르면 중화권 증시가 동반상승하는 것은 이해할만하지만 한국증시가 오르는 것은 약간 생뚱맞다.

오랫동안 한국증시는 전날 미국장에 영향을 받았고, 같은날 일본증시에 영향을 받는 패턴을 보여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 증시와의 동조화 현상이 뚜렷하다. 이는 한국증시와 중국증시가 2002년부터 시작된 세계증시 랠리에서 소외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인도증시가 세계증시의 신데렐라로 부상했을 때, 중국과 한국증시는 그다지 오르지 않았다. 2006년 들어 인도증시의 상승세가 한풀 꺾이자 중국증시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으며, 그동안 세계증시의 랠리에서 다소 소외됐던 한국증시도 중국증시와 함께 가고 있는 듯하다.

중국증시는 서구의 잣대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증시다. 그린스펀의 경고를 보란 듯이 무시하는 증시가 바로 중국증시다.

투자자들은 ‘8’만 보면 무조건 투자한다. 중국인들은 ‘바’로 발음되는 8이 돈을 번다는 파차이(發財)의 ‘파’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에 8자가 들어가는 숫자를 선호한다. 홍콩에서는 8이 네 개 들어가는 자동차 번호판이 수억 원을 호가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도 2008년 8월8일 오후 8시일 정도로 중국인들은 8을 좋아한다. 증시가 시장논리가 아닌 일종의 미신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증시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는 랠리를 지속할 것이다. 중국증시의 구조를 살펴보면 이같은 결론을 쉽게 도출할 수 있다.

중국증시는 물량의 반이 비유통주식이다. 중국증시에 상장된 기업 대부분이 국영기업이기 때문에 실제로 유통되는 주식은 전체 주식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유통주 중 절반은 개미들이, 나머지 절반은 정부 기관이 투자를 하고 있다. 즉 개미가 투자할 수 있는 주식은 전체 주식의 25%밖에 안된다. 다시 말해 정부가 좌우하는 주식이 전체 주식의 75%라는 결론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정부가 맘만 먹으면 주가를 올리고 내릴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금세기 최고의 행사인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최소한 올림픽까지 증시가 떨어지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4,000선을 넘은 상하이종합지수는 5,000선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부 데스크에 있으면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상수는 미국이지만 그 때마다 변수가 나오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중국이 각광을 받다 인도가 등장했다. 최근 들어 인도가 개혁 부진 등으로 약간 주춤하자 다시 중국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중국과 인도 즉 친디아 부상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 미국은 제조업을 중국으로 이전해 중국이 급속한 경제발전을 할 수 있게 했고, 서비스업을 인도로 이전해 인도를 급부상케 했다.

미국은 1970년대 유일한 적국인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국교수립을 했고, 80년대에는 중국으로 제조업을 대거 이전했다.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미국 대륙에 유일하게 핵미사일을 겨냥하고 있고, 경제적으로 부쩍 커버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를 미국편으로 끌어들이는 한편 서비스 산업을 인도로 이전했다.

미국 내에서 제조업의 역외이전으로 수많은 실직자가 생겨났다. 미국의 노동자들은 철강공장에서, 전자공장에서 쫓겨나야 했다. 미국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며 제조업의 역외이전을 반대하는 정치논리가 있었지만 미국은 제조업을 중국으로 넘기면서 더 부가가치가 있는 부문에 집중할 수 있었다.

최근 인도에 서비스업을 이전해 실리콘밸리에서 많은 실직자들이 생겨났지만 이들을 다시 교육시켜 더욱 부가가치가 있는 IT 산업에 종사케 하고 있다. 인도로 콜센터 및 백오피스를 넘겼지만 핵심 기술은 아직도 미국에서 개발하고 있다. 미국은 제조업을 중국에, 서비스업을 인도에 넘기면서 더욱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다소 극단적이지만 최근 중국과 인도의 부상은 결국 미국의 경쟁력 강화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인 셈이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이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버렸다. 중국은 2005년에는 해외직접투자 부문에서 미국을 추월했고, 지난해 하반기에는 수출 부문에서도 미국을 추월했다. 실제 중국 경제는 미국을 위협할 수준까지 왔다. 그러나 중국이 진정한 세계경제의 슈퍼파워로 등장하려면 마지막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자본시장이 완벽하게 자유화되고도 중국이 지금과 같은 고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면 중국이 미국을 추월했다고 선언할 수 있을 것이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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