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S 경제사정 갈수록 악화/“시장 선별진출 바람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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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주항공·반도체 등 기술협력 기대/원자재 수입개발 가장 유망/무공 「대CIS 진출대책」보고서
독립국가연합(CIS)의 경제상황은 앞으로 더욱 나빠져 수년내에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돼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대CIS 경제진출에 좀더 신중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대한무역진흥공사는 13일 「대CIS시장 진출대책」이란 보고서를 통해 『CIS는 올해 가격자유화 실시 이후 인플레가 더욱 심각해졌고 재정적자폭도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나는 등 경제사정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무공은 또 『CIS는 에너지·비철금속 등 주요수출 자원의 생산감소,전체 산업의 70% 정도인 방위산업의 민영화 과정에서 예상되는 공장폐쇄와 대규모 실업,루블화 가치의 불안정으로 인한 CIS내 루블결제권의 붕괴 등으로 수년내 경제가 정상화 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 수출감소로 외환부족 현상이 지속돼 CIS는 서방국가들이 2년간 유예해준 6백50억달러의 채무이자 30억달러도 못갚고 있는 실정이며 경제사정이 악화되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고 다시 보수파의 입김이 거세지는 등 정치·사회적으로도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됐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주항공분야·물체표면처리기술·광전자용 반도체 등 일부분야에서는 세계 첨단기술을 갖고 있고 기술개발을 발판으로 제2의 경제도약을 꾀하는 우리나라와의 협력이 기대되나 CIS내에서 기술보유 기업명세 등 기초자료가 정비되어 있지 않아 실질적인 성과는 어렵다고 무공은 설명했다. 무공은 이에 따라 『CIS는 시장잠재력이 엄청난 것은 사실이나 철저한 타당성조차 없이 진출했다가는 많은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며 『국내 산업용 또는 제3국 수출용 원자재의 수입개발이 가장 유망하고 한계는 있으나 바터·구상무역 등 특수형태의 교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투자말고 실리위주로(해설)
독립국가연합(CIS) 시장은 국내 기업들이 「미래의 잠재력」과 「현재의 척박함」사이에서 갈등하게 하는 곳이다. 국내기업들이 지난 6월말까지 한은으로부터 대CIS 투자허가를 받은 총 건수는 21건에 2천4백만달러 규모로 이중 12건 1천9백20만달러어치가 실제집행 됐으며 아직도 CIS시장 진출계획을 버리지 않고 있는 기업은 적지않다. 그러나 대한무역진흥공사가 분석·전망한 CIS의 경제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는 올들어 지난 5월말 인플레가 1천5백89%에 달했고 재정적자는 연말까지 9천8백40억루블(1백23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앞으로도 군수산업의 민영화에 따른 대규모 실업 등 상황을 악화시킬 악재만 있다는 것이 더 문제다.
무공은 물론 투자나 교역을 끊자는 얘기가 아니라 이런 상황에서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실리위주의 투자와 교역을 하자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외국기업들의 투자동향을 보면 지난 4월말까지 러시아에 투자한 외국기업 총2천7백47개중 31%가 부동산·임대업이고 10.4%가 유통업으로 안전위주의 투자에 치중하고 있다.<오체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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