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슈] 일본 "도쿄를 다시 금융허브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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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일본이 도쿄(東京) 중심부에 외국 금융기관 유치를 위한 특별구역을 만들 계획이다. 도쿄를 다시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방안의 하나다. 1990년대 거품붕괴 이전 도쿄는 아시아와 세계 금융의 중심지였지만 최근에는 위상이 크게 약화됐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야먀모토 유지(山本有二) 일본 금융청 장관은 21일 주일 미국 상공회의소 연설을 통해 "도쿄의 마루노치와 니혼바시 지역을 외국계 기업을 위한 특별 구역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곳은 이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과 도쿄 증권거래소 등 금융 기관이 밀집한 곳인데 이를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관련 규정을 완화해 외국계 대형 투자은행의 임직원들을 위한 아파트와 외국어 학원, 병원 등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하고 24시간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파는 식당가도 조성할 계획이다.

야마모토 장관은 최근 완공된 뉴마루노치 빌딩을 예로 들며 "보다 편리하게 외국 기업인들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뉴마루노치 빌딩은 24시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고 자정넘어 영업하는 식당이 자리잡고 있으며 건물내 입주사의 70%가 외국 기업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특구계획은 무엇보다 금융 중심지로서 도쿄의 위상이 약화된데 따른 위기감에서 나온 것으로 다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조치"라고 분석했다.

90년대 말에 비해 현재 뉴욕증권거래소의 규모가 6배 커졌고 중국 증시는 55배 가량 커졌지만 도쿄 증시는 1.58배 커지는데 그쳤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도쿄가 아직 뉴욕증시에 이어 2위지만 규모가 차이가 크고, 현 추세라면 중국에 밀릴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일본은 금융특구 지정 외에도 각종 거래소를 통합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야마모토 장관은 "온실가스 배출권과 같은 새로운 상품거래 등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본의 교통비가 비싸고▶높은 세율에 대한 외국계 금융기관의 불만이 높다고 전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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