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맞이… 경제 풀리길 빌겠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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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식당을 경영하는 최모(43.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씨는 새해를 포항 호미곶에서 맞기로 했다. 좋은 한 해가 되도록 정성을 모아 빌겠다는 결심이다. 그의 새해 소망은 장사가 잘되는 것이다.

최씨는 "손님이 30% 이상 줄어 정말 어려운 한해를 보냈다"며 "지금까지 해맞이 행사엔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엔 이렇게라도 해야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새해 동해안의 해맞이 명소는 최씨 같은 사람들로 붐빌 전망이다.

힘들었던 올해를 잊고 새 소망을 키우려는 사람들이 해맞이 행사에 대거 참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와서다.

호미곶의 해돋이는 1일 오전 7시32분, 영덕 삼사해상공원은 7시34분이다. 영덕군 이상엽 관광진흥담당은 "해맞이 행사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경제난 탓인지 해맞이를 통해 위안과 희망을 찾으려는 사람이 많은 것같다"고 분석했다. 이를 반영하듯 포항시 남구 대보면 호미곶과 영덕군 강구면 삼사해상공원 주변 10여개 숙박업소는 이달 초 이미 예약이 끝났다.

객실이 19개인 대보면의 H모텔 측은 "예약이 벌써 끝났지만 지금도 하루 10여통의 문의전화가 이어진다"며 "올해는 유난히 해맞이에 참여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영덕 삼사해상공원 주변 10여개 여관.호텔.모텔도 모두 찼다.

이 때문에 영덕군은 해맞이 행사 내빈 40여명의 숙소를 구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지자체의 손님맞이 준비도 분주하다.

포항시는 관광객을 위해 2004명분의 떡국을 끓여 대접하기로 하고 호미곶에 대형 가마솥을 설치했다. 전국의 지원자 가운데 10쌍을 선정해 결혼식도 연다. 영덕군도 '희망의 풍선날리기''소망축등 달기''세시음식 나누기' 등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중이다.반면 송년 분위기는 착 가라앉아 있다. 모임이 줄면서 식당마다 울상을 짓고 있다. 무사히 보낸 한해를 자축하는 분위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크리마스 캐럴도 들리지 않는다.

대구.경주의 연말 호텔 연회장.객실 예약률은 40~60% 선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보다 20%포인트 가량 떨어진 수치다.

"내년엔 좀 괜찮아지겠지요…."

회사원 윤성식(41.대구시 동구 신천동)씨는 "경제 사정이 좀 나아졌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망"이라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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