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낸 신정제지/전북은서 백억 부정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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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리스사서 대여받은 기계 담보로/전북경찰,지점장 등 5명 소환
【전주=서형식기자】 주식상장 3개월만인 지난 4월말 6백15억여원의 부도를 내 물의를 빚었던 (주)신정제지(대표 유홍진·39)의 주거래은행인 전북은행이 이 회사가 리스회사로부터 대여받은 기계류를 담보로 1백여억원을 부정대출해준 사실이 있었다는 혐의가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전북지방경찰청은 이와 관련,13일 전북은행 남문지점장 김유진(51)·전 지점장 이완홍(47)씨 등 은행직원 5명을 소환하고 신정제지에 모두 1백억원 상당을 대출해준 전북은행 정주지점 등 5개 지점으로부터 대출관련서류를 넘겨받아 부정대출 경위 등을 조사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전북은행 5개 지점은 88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신정제지의 부동산·공장기계 등을 담보로 모두 2백22억3천여만원을 대출해주었으며 이중 공장기계를 담보로한 대출금은 99억2천여만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정제지측이 담보로 설정한 헤드박스 등 5개 제지기계 27점은 신정제지가 85년부터 (주)한국개발리스 등 리스회사로부터 이용료만 내고 사용해온 것으로 소유권이 리스회사측에 있어 은행대출용 담보물이 될 수 없는데도 은행측이 부정하게 대출해줬다는 것이다.
특히 전북은행 남문지점의 경우 신정제지측에 모두 1백80여억원을 대출해주면서 1백30억원 상당은 회사소유 부동산 등으로 담보잡고 나머지 50억5천여만원은 이같은 기계를 담보물로 대출,부정대출액이 5개지점중 가장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전북은행 직원들이 리스회사에서 빌린 기계류 등은 대출용 담보물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부정대출해준 점을 중시,대출을 둘러싸고 거액의 뇌물이 오갔을 것으로 보고 집중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전북은행의 경우 1천만원이상 기업자금을 대출할 때엔 본점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직원들의 말에 따라 전북은행본점 간부들의 공모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펴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신정제지에 모두 2백50여억원을 대출해준 6∼7개 시중은행도 이처럼 리스회사에서 빌린 기계류를 담보로 대출해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신정제지는 84년 2월 전주지역에 설립된 인쇄용지 전문생산업체로 올해 1월 증권시장에 공개됐었다.
당시 상장자본금 92억원,상장주식수 1백84만여주였던 신정제지의 발행주가는 6천원이었으나 불과 한달여만인 2월초순 1만3천9백원까지 거래되는 등 증권가에 갖가지 화제를 불러일으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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