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내 유전·탄광/한국 생산참여 적극추진/기업주도「융자매광」방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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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러측 요청/기술·비용제공 현물로 상계/진념동자 “협력기금 조성 검토”
【모스크바=한종범특파원】 정부는 러시아내 유전·광산 등 기존 에너지 생산시설에 장비·기술 및 자금을 제공하고 투자분을 석유·석탄 등 현물로 받아(융자매광방식) 국내에 들여오거나 제3국에 수출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러시아 자원 개발에 참여를 희망하는 국내 종합상사·정유회사 등과 한국석유개발공사·가스공사 등이 자금을 출자하는 「한·러시아 자원협력기금」(가칭) 조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러시아를 방문중인 진념동력자원부장관은 25일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국간 에너지 장관회담에서 러시아측은 최근 생산량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러시아내 유전·광산 등에 대해 한국의 기술 및 자본 참여를 요청해왔다』고 밝히고 『이같은 참여방식이 한국과 러시아 양국에 모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아래 귀국하는대로 경제기획원·재무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 장관은 『우리나라가 외국에서 들여오는 에너지가 연간 1백50억달러에 달하고 있으나 이 가운데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다』며 『이같은 융자매광식 개발참여가 에너지를 전적으로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나 최근 경제난을 겪고 있는 러시아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이번 에너지장관회담에서 1천여개의 유전 및 탄광을 우리 기업의 개발참여가 가능한 대상지역으로 제시했으며 이미 서시베리아 지역의 튜맨유전과 쿠츠바츠 탄광은 양국간 공동개발을 위한 구체적인 협상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 장관은 『이같은 개발참여에는 많은 자금(러시아측은 8억달러를 요구)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가 자금을 직접 지원하는 것보다는 실수요자인 종합상사·정유회사 등이 출자하는 기금을 조성,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사할린 가스전,야쿠트유전 및 가스전 등 20∼30년의 시간과 1백억달러 이상이 드는 대규모 개발프로젝트 참여에 주력해왔으나 이번에 합의된 융자매광식 참여는 투자비가 상대적으로 적으면서 단기간에 현물로 투자분을 회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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