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14억·이자 3천만불 넘어/구소에 꿔준 빚 어떻게 되어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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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두번째 은행차관 이자부터 연체/러공 보증이행능력 기대 어려워
구소련에 꿔준 빚은 도대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지난해 연말 소련이 해체되고 독립국가연합(CIS)체제가 출범하면서부터 걱정되던 대소 경협자금의 회수문제가 지난 16일 전문을 통한 CIS측의 이자지급 불능통보로 인해 눈앞의 현실이 됐다.
표에서 보듯 현재까지 우리가 구소련으로부터 받아야할 원금은 모두 14억2천1백만달러(은행차관 10억달러,소비재 전대차관 집행분 4억2천1백만달러)이며 이에 대한 이자는 모두 3천2백60만달러다.
은행차관은 3년거치 5년분할상환,소비재 전대차관은 2년거치후 일시 상환조건이므로 원금은 93년이후부터 상환기간이 돌아온다.
이중 은행차관에 대한 이자는 6개월마다 받게 돼있고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18일 구 소련의 대외경제은행은 1차분 5억달러(91년 5월에 집행)에 대한 첫번째 이자 1천9백10만달러를 예정대로 갚아왔었다.
그러나 이후 구소련이 해체되면서 기존 대외 채무를 각 나라가 어떻게 나누어 책임지느냐가 문제가 되더니 당장 두번째 이자부터 연체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에 받았어야 할 것은 은행차관 1차분 5억달러에 대한 두번째 이자 1천6백10만달러(런던은행간 금리에 1.25%를 가산,이자지급일 18일)와 2차분 5억달러(91년 11월에 집행)에 대한 첫번째 이자 1천6백50만달러(런던은행간 금리+1.375%,이자지급일 19일)였다.
구소련이 갚아야할 대외채무에 대해서는 일단 CIS의 대외경제은행이 그 법적인 책임을 그대로 승계했고 이에 따라 서방7개국(G7)도 대외경제은행을 아직까지 공식 교섭창구로 상대하고 있다.
이번에 이자지급일을 이틀 앞두고 우리측 산업은행의 런던 현지법인에 『현재까지 러시아만 62%의 채무분담비율에 따라 이자를 내겠다는 의사를 밝혀왔을 뿐 나머지 나라들은 이자를 낼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으므로 제때에 이자를 못내겠다』는 내용의 전문을 보내온 기관도 CIS의 대외경제은행이었다.
62%의 채무분담비율이라는 것은 지난해말 구소련이 해체되면서부터 러시아가 주장하던 것이었고 G7도 이를 지지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다른 나라들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CIS의 대외경제은행이 밝힌 바에 따르면 CIS가 연체하고 있는 대외채무는 모두 27억달러로 올 연초의 7억달러에 비해 5개월동안 20억달러가 늘어났다.
우리 정부의 대표단이 18일 모스크바를 향해 출발,약 1주일간 CIS의 대외경제은행을 상대로 교섭을 벌일 예정이라고 하나 만족할만한 성과를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정부는 이번에 설혹 러시아만이 채무를 이행한다 하더라도 나머지 채무가 마저 이행되지 않는한 경협을 계속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들고 갔다.
한편 소비재 전대차관은 지난해 12월27일 현재로 총 4억7천2백만달러의 승인이 나간 이후 지난 9일까지 이중 4억2천1백만달러가 집행된채 더이상 나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산업은행 등 국내 10개 은행이 꿔준 10억달러의 은행차관중 9억달러는 우리정부가 각 은행에 대해 지급보증을 선 것이기 때문에(나머지 1억달러는 각 은행자체 책임),첫번째 상환만기가 닥치는 94년 3월이후에는 정부가 차례로 9억달러를 각 은행에 물어줘야 하게 되어 있다.<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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