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역 창구에 갈등/북한,「특정사」만 고집/종합상사 대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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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부에 대책마련 촉구/업체·최종도착지등 확인/선적끝난후 출항 못하게/대리점계약 파기로 큰 손실
대북한 경제협력 분위기가 다시 해빙기에 접어드는 가운데 최근 북한이 한국의 특정 종합상사를 제외하고는 직교역을 거부해 업계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11일 종합상사등 무역업계에 따르면 최근 북한이 아연괴와 시멘트등 일부 품목의 반출시 제3국을 거쳐 최종 도착지가 한국일 경우 잇따라 선적을 거부하거나 특정상사로 명의변경을 요구,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출항을 못하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종합상사협의회는 최근 각사의 북한 담당자 10명이 참가한 가운데 회의를 갖고 정부가 북한측 횡포를 시정하도록 북한 당국에 공식 항의해줄 것을 건의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삼성물산이 북한에 아연괴를 반출하러 갔다가 북한측이 최종 화물인수자를 (주)대우로 변경할 것을 요구,대우로 명의를 바꾸어 실어왔고 4월에는 효성·쌍용이 제3국 중개상을 통해 계약을 하고 시멘트를 선적하려다 북한측이 『최종 목적지가 남한이므로 계약을 들어줄 수 없다』고 거부하는 바람에 빈배로 돌아왔다.
럭키금성상사도 지난달 북한에 시멘트를 반출하러 갔다가 선적이 끝난 상태에서 북한측이 갑자기 『최종 목적지가 남한이므로 출항시킬 수 없다』면서 최종 화물인수자를 특정상사로 바꾸라는 요구를 해 한달이상 배가 억류되고 있다.
이에 대해 종합상사들은 화물 최종인수자를 바꿀 경우 대북한 교류실적이 다른 상사로 넘어갈 뿐만 아니라 이미 반입을 가정해 국내 대리점과 맺은 계약을 파기할 수 밖에 없어 엄청난 손해를 입게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종합상사의 한 관계자는 『이미 대북한 직교역이 1억달러를 넘고있는 상황에서 북한측이 태도를 갑자기 바꾼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남북직교역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원칙에 합의한 마당에 북측이 갑자기 트집을 잡는 것은 남쪽 창구를 한쪽으로 몰아가려는 일방적인 횡포』라고 말했다.
북한측이 최근 문제를 삼고있는 아연괴와 시멘트는 대북물자교역 가운데 어류·철강·무연탄과 함께 가장 규모가 큰 품목으로 다른 상품과는 달리 국내산업보호에 큰 피해가 없어 정부의 승인없이 반입이 가능하고 품질이 뛰어나 경화조달이 쉬운 품목이다.
이에 따라 최근 북한은 내부적으로 대우를 제외하고는 이들 품목에 대해 남한으로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어 다른 종합상사의 경우 직교역대신 제3국 중개상을 통해 반입해왔다.
이에 대해 대우는 『북한측의 일방적인 조치로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경화조달은 하되 체제유지를 위해 외부영향을 줄이려는 북한측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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