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대 모델로 승부 … 프리랜더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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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는 반세기 동안 SUV만 만들어왔다. 지난 세월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인수합병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바람 잘 날이 없었다. 포드의 품에 안긴 지 올해로 8년째. 현재 랜드로버의 상황은 ‘매우 맑음’이다. 지난해 19만2500대를 팔아 전년 대비 4% 성장했다. 프리랜더가 모델 체인지를 앞두고 지난 7월부터 단종됐던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결과다.

 프리랜더2는 1997년 데뷔한 1세대 이후 9년 만에 선보인 2세대째 모델이다. 북미에선 LR2로 불린다. BMW 기술이 녹아든 1세대와 달리 프리랜더2는 100% 포드 기술로 개발됐다. 생산 원가를 낮추기 위해 많은 부품을 포드 산하의 볼보에서 가져다 썼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겉모습은 디스커버리3을 쏙 빼닮았다. 짐 공간은 이전 모델보다 38% 커졌다.

 인테리어는 겉모습만큼이나 정갈하다. 스위치가 많은 편이지만, 기능별로 잘 분류해 놨다. 다만 자주 쓰는 스위치가 아래쪽에 모여 있어 운전하면서 쓰기 불편하다. 감성 품질은 역대 최고 수준. 가죽플라스틱의 재질과 촉감에 고급스러운 느낌이 물씬하다. 터치스크린 모니터엔 내비게이션과 위성 DMB가 뜬다. 천장엔 두 개의 구멍을 뚫어 개방감을 높였다.

 운전석 위치가 같은 키의 다른 차보다 높아 사방팔방 시원스레 내다보인다. 오프로드에서 주위를 잘 살필 수 있게 하기 위한 배려다. 사이드미러의 크기가 책 한 권만 한 데다, 왜곡이 적은 평면거울을 쓴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이처럼 랜드로버의 크고 작은 기능은 오프로드 주행을 염두에 둔 게 많다.

 엔진은 볼보 S80 3.2와 함께 쓰는 직렬 6기통 3.2ℓ 233마력. 이전의 V6 엔진보다 출력은 30%, 연비는 10%나 개선됐다. 시동을 걸어도 실내엔 엔진음이 거의 스미지 않는다. 14개의 알파인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귓가를 간질일 뿐이다. 반면 급가속 때의 엔진음은 통쾌하기 이를 데 없다. 시끄러운 ‘소음’이 아닌, 운전의 흥을 돋우는 ‘사운드’다.

 프리랜더2는 정지 상태에서 8.9초면 시속 100km를 넘어서고, 시속 200km까지 꾸준히 가속을 이어간다. 엔진은 가속 페달의 움직임을 즉각 반영해 파워를 쏟아낸다. 자동 6단 변속기의 움직임도 더없이 매끄럽다. 굽잇길에서의 몸놀림도 한결 민첩해졌다. 지형 반응 시스템을 갖추면서 오프로드 도전은 더욱 쉬워졌다. 스위치를 일반, 수풀/자갈/눈, 진흙, 사막의 네 가지 아이콘 가운데 하나에 맞추면 그만이다. 에어 서스펜션은 없지만, 최저지상고가 210mm에 달해 50cm 깊이의 물길도 거침없이 헤친다. 프리랜더2의 값은 5850만원. 조만간 직렬 4기통 2.2ℓ 디젤 엔진을 얹은 모델도 선보일 예정이다.

월간 스트라다=김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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