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사 칼자루 쥔 김정일/사상최대 퍼레이드 펼치며 군권장악 과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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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혁명2세대」 사단장 진출… 세대교체 가속
북한이 인민군 창군 60주년을 맞아 김정일의 권력강화를 시사하는 움직임을 잇따라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우선 창군기념일을 이틀 앞둔 23일 김정일이 주도한 대규모 군장성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연말 최고사령관이 된 김정일에게 지난 20일 원수지위가 부여된 직후 단행된 것이라는 점에서 김정일의 군권장악을 내외에 과시하는 행사로 여겨진다.
또한 창군 60주년이 되는 25일 벌어진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도 지난 85년 중단된 이래 7년만에 재개되는 것이며 규모도 사상최대라는 점도 김정일의 원수취임시점을 겨냥해 그의 군권장악을 경축하기 위한 의도된 행사로 여겨지고 있다. 전격적인 조치로 비쳐지는 이번의 대규모 군인사는 그러나 그동안 예견되어 왔었다는 점에서 돌발적인 사태전개는 아니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일성이 지난 4월13일 대원수로 추대됨에 따라 공석으로 남아있던 원수자리에 김정일이 임명됐고 오진우·최광 등도 원수 및 차수로 한단계씩 승격될 것이라고 지난 20일 발표된 상태라 대규모의 연쇄인사는 시간문제였기 때문이다.
통일원의 한 당국자는 『이번 대규모 군인사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는 점에서 후속조치로서의 인사자체는 돌발사태는 아니다』며 『다만 군인사에서 김정일이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가가 관심의 초점이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날 김일성이 직접 진급자에게 계급장을 달아주던 관례를 벗어나 원수로 승격된 김정일이 직접 진급자들에게 계급을 수여하는 장면을 공개함으로써 군에 대한 김정일의 위상격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앞으로 김정일이 해온 군에서의 역할이 김정일로 대체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일은 아직 북한의 「전반적 무력」의 최고사령관 역할까지 인수받지는 않은 상태다.
그러나 이번 인사의 특성은 김정일이 군권의 완전장악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평가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일은 그간 군을 비롯한 모든 인사에서 노·장·청결합이라는 원칙을 견지해왔었다.
그같은 원칙을 통해 혁명 1세대의 반발없이 역할을 축소하면서도 지지를 얻어내고 자신의 기반인 혁명2세대 청장년층의 역할을 확대하는 세대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소장(우리의 준장)에 해당하는 진급자가 5백24명이나 되며 이에 따라 북한의 사단을 지휘하는 대좌급에 새로운 층이 진출한 것으로 보여 군체계의 전면적인 개편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북한군부의 의사를 결정하는 당중앙군사위원이나 국방위원회의 구성원이 교체되지 않았고 인민무력부의 인원교체도 현재로서는 발표된 바 없어 김정일의 군권장악이 앞으로 군사정책에 있어서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가 주목된다.<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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