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풍조·젊은층 허탈감 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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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신용하 (서울대 교수·사회학)=아직은 생산적인 활동에 주력해야 할 사회가 너무 일찍 대량 소비 단계로 들어선 결과로 볼 수 있다.
생산 활동을 중요시하면 자연스레 금욕과 지적 사색이 요구되고 교양·학술 서적을 읽을 필요를 느낄텐데 과소비·오락·향락을 부추기는 풍조가 만연하다 보니 독서도 소비적·오락적 경향으로 흐르는 것 같다.
이웃 일본이 우리를 향해 선진국병에 걸렸다, 조로 했다며 비웃고 있음을 알아야한다.
문화시설에 대한 투자가 너무 적은 데서 비롯된 제도적 미비도 큰 이유다. 우리 나라처럼 도서관이 적은 나라는 드물다. 경제성장에 비해 문화의 토대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이러니 좋은 책을 내도 기본 부수마저 소화 안 되는 것은 당연하다.
경제가 계속 발전한다고 전제할 때 보조를 같이해야 할 문화 창조 방향이 퇴폐 쪽으로 가고 있다. 독서마저 그쪽으로 가면 큰일이다.
▲전병철 (문예 출판사 대표)=출판사들은 어떤 책을 내놓아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독자들은 마땅한 읽을거리를 못 찾아 방황하고 있는게 독서계의 현실이다.
20대 주 독자층이 명상 서적에서 우화 시리즈로 옮겼다가 다시 유머 집으로 넘어가는 것은 사회주의권의 붕괴에 따른 허탈감의 반영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가벼운 책을 찾는 경향은 세계적인 현상이며 장기화 될 가능성이 많다. 때문에 수준 높은 책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출판사·작가들이 건전한 대중 소설 등 볼만한 책 개발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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