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건」한계 다시입증/검찰의 안기부 유인물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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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배후·동기등 핵심 끝내 못밝혀/계속 수사에도 진전 기대못해
안기부직원들의 흑색선전물 살포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배후와 범행동기등 이사건 핵심을 밝혀내지 못한채 붙잡힌 4명의 기소로 의혹속에 일단락됐다.
검찰은 이들을 기소한후에도 배후등을 계속 수사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동안의 지지부진한 수사과정을 감안할때 수사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새벽 한기용씨(37)등 안기부직원 4명이 붙잡혔을 당시만해도 이 사진에 쏠린 이목과 불법사건의 전모를 캐내야한다고 목청을 높였었다.
검찰내부에서는 지금까지 민감한 정치적 사건때마다 「외풍」에 의한 왜곡된 검찰권행사라는 비난을 받았던 점을 의식해 이 사건을 계기로 이를 불식해야 한다는 여론까지 일었었다.
그러나 20여일동안 수사는 사건발생당시에서 한치의 진전도 없이 원점에서만 맴돌았다.
이같이 외곽에서만 겉돈 수사는 결국 검찰이 특정기관의 수사에 백기를 든 한심한 모습만 보여주었으며 권력핵심에 대한 검찰수사의 한계를 또다시 드러낸 셈이다.
검찰은 『한씨 등이 안기부의 조직적 개입을 시종일관 부인하는데다 이를 번복시킬 방증이 없어 수사기술상으로 수사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스스로가 『여러 정황으로 보아 이들의 주장이 거짓임이 명백하다』고 말하고 있는데서 알 수 있듯 안기부개입에 대한 강한 「심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를 범죄혐의로 연결시키지 못한데는 단순한 수사기술상의 어려움 때문만은 아니라는게 검찰 주변의 지적이다.
검찰은 배후규명에 대한 여론의 성화에 못이겨 한씨 등의 직속상관인 안기부 대공수사국 12과장 유재홍씨를 10일 불러 조사했으나 극비리로 한데다 유과장이 부인한다는 이유로 간단히 넘겨버린 것은 사건을 한씨등 4명만으로 종결시키기 위한 요식적인 절차였다는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결국 검찰은 이 사건으로 온갖 비난을 감수하고 국민들에게 또다시 불신감만 더해준채 한씨 등이 붙잡힌 직후 「안기부와는 무관한 개인차원의 범행」이라고 안기부가 서둘러 해명한 내용을 수사결론으로 추인하고 만 셈이다.
안기부사건은 구속된 4명의 심경변화등 극적인 상황변화가 없는 한 배후등 진실이 영원히 미궁으로 빠질 가능성이 많다.<김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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