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궁하면 “기억없다” 발뺌/정씨 단독범행의 의문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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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범행에 쓴칼 아직도 못찾아/주택사기 지능범죄 전력/배임합의금 다급한 입장
서울신학대 후기대입시시험지 도난사건에 대한 검·경찰의 전면보강수사가 착수된 가운데 시험지의 행방과 공범여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으나 별 진전이 없다.
경찰은 그동안 정계택씨의 자백을 근거로 단독범행을 강조해왔으나 범행을 뒷받침할만한 구체적인 물증이 발견되지 않는데다 진술내용에 석연치 않은점이 많아 공범여부와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방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일단 ▲정씨의 자백내용이 범행정황과 일치한점 ▲범행전 황모양과 함께 후기대입학원서까지 접수시키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보여 범행동기가 충분히 있는 점 ▲『문밖으로 나온뒤 깨진 유리창을 통해 몸을 넣고 허리를 구부려 출입문을 안쪽에서 잠갔다』는 등 경험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부분을 상세히 진술한 점 등을 들어 일단 정씨가 시험문제지를 훔친 범인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시험지의 행방에 대한 정씨 진술이 앞뒤가 맞지 않는데다 『기억이 안난다』고 발뺌하고 있어 단독 범행이 아닐 가능성이 크고 단독범행이라 하더라도 뭔가 숨기고 있다는 의문을 낳게하고 있다.
◇시험지 행방=정씨는 24일 새벽부터 당초의 진술을 번복,『훔친 시험지를 찢어서 산속에 버렸다』고 오락가락하는 진술을 하여 수사에 큰 혼선을 주고 있다.
더욱이 ▲사건당일 아침 정씨가 학교 뒷산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는 목격자가 있고 ▲학교일대에 대한 전면적인 수색작업에도 불구,시험지와 범행에 사용한뒤 함께 버린 사무용칼이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점등은 정씨의 범행이후 행적에 대한 당초 진출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고 있으며 시험지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씨는 처음에 시험지를 불태웠다고 진술했으나 모두 8절지 크기로 32장이나 되어 웬만한 서류뭉치만한 시험지들을 쉽게 다 태울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범여부=경찰은 제3자의 범행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확증은 없지만 정씨진술의 모순점을 중심으로 파고들고 있다.
정씨에게 진술의 진실여부를 가리기 위해 거짓말탐지기를 사용하고,기존의 참고인들을 전면 재수사하는 한편 서울신학대의 교직원 신상기록등을 확보,전교직원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도 또다른 연계가능성을 캐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정씨는 이밖에 당시 주택조합 사기극을 벌인적도 있을 만큼 교활하고 지능적인 범죄경력이 있기 때문에 교우의 딸인 황양을 끌어들인 것은 경찰을 속이기위해 꾸며댄 것으로 볼수 있으며 실제로는 다른 수험생을 합격시키기 위해 범행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사 관계자들은 정씨가 수배된 배임혐의에 대한 합의금등 금전적 필요에 의해 제3자의 사주를 받고 시험지를 유출시켰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보고 관련자를 찾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부천=홍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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