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기능 거품 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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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무선 인터넷 기능이 없는 휴대전화의 판매가 허용된다. 그동안 모든 단말기는 무선인터넷의 국내 표준 운영체제인 '위피(WIPI)'를 의무적으로 탑재했다. 이에 따라 무선 인터넷을 쓰지 않는 소비자들은 기존 제품보다 20~30%가량 싼 '위피 없는 휴대전화기'를 살 수 있게 됐다. 정보통신부는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47%만이 무선 인터넷(문자메시지 포함)을 쓰고 있어 모든 단말기에 위피를 넣으라고 강제하긴 어렵다며 1일 이같이 결정했다.

정부에 위피의 의무 탑재 제도를 완화해 달라고 요청해온 KTF는 이르면 2일부터 무선 인터넷 기능이 없는 단말기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이 단말기는 동영상 통화와 문자 메시지는 할 수 있지만 무선 인터넷은 하지 못한다. 대리점 출고 가격은 KTF가 내놓은 기존 3세대 휴대전화보다 6만~12만원 정도 싼 33만원(LG전자의 'LG-KH1200' 모델 기준)이다. 이 단말기를 사려는 고객들은 이동통신사에서 주는 보조금(8만~3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부담하면 된다. KTF는 또 1일부터 동영상 통화요금을 10초당 36원에서 30원으로 낮췄다.

업계에선 정통부의 이번 결정으로 '3세대 저가폰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제조사는 해외에 수출하는 모델에서 무선 인터넷 기능만 제거해 국내 시장에 공급할 수 있고, 노키아 등 외국업체도 국내용 단말기를 보다 쉽게 만들어 국내시장 공략에 나설 전망이다. 그러나 SK텔레콤 측은 "결과적으로 정통부의 방침을 잘 따른 회사는 손해를 보게 됐다"며 "아직 '위피 없는 단말기'의 판매 준비가 덜 된 만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판매 허용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LG텔레콤도 "위피 의무화를 완화하는 것은 빠른 전송 속도를 특징으로 하는 3세대 서비스 활성화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원배 기자

◆위피(WIPI)=상호 접속할 수 있는 무선 인터넷 플랫폼(Wireless Internet Platform for Interoperability)의 영문 약자다. 한마디로 무선 인터넷의 국산 표준 운영체제다. 정부는 2005년 4월부터 모든 단말기에 이를 넣도록 의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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