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내도산」/「책임경영제」 뿌리내린다(경제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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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3년이상 적자사업부 통·폐합/종합상사 채택… 제조업까지 확산 전망
수출등 기업의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이른바 「사내도산제」를 실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사업부(팀)도산제도라고도 불리는 사내도산제는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하는 일반기업이 도산하는 것처럼,경영평가 결과 3년이상 계속 적자를 내고 앞으로 전망이 불투명한 기업내 적자사업부를 과감히 도산(폐지)시키고 인원을 다른 사업부나 지역으로 배치하는 제도다.
기업내 도산제도는 4∼5년전부터 실시해온 사업부별 실적제도가 뿌리를 내리고 최근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는 것과 맞물려 책임경영제도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의미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가죽가방팀과 인형완구팀을 도산시킨데 이어 올들어 수출이 부진한 목재팀과 신발팀을 생산공장이 집중된 인천과 부산으로 각각 내려보내 수출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럭키금성종합상사도 지난 7월 한계사업부 정리작업에 들어가 섬유사업부를 도산시키고 인원을 패션사업부에 흡수·통합하는 한편 대기업의 유통업참여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자 유통사업부를 없애고 30여명의 인원 가운데 10여명만 물류팀으로 남겨 놓았다.
(주)대우는 지난달부터 사업본부제도를 도입,수출지역과 품목에 따라 15개 사업본부로 나누어 경영책임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내년 하반기께 실적에 따라 적자사업본부의 경우 사내 도산제도를 적용시킬 계획이다.
사내도산제도는 보통 적자 1년째는 대표이사가 「경고」를 내리고 2년 연속 적자를 낼 경우 해당사업부 전반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해 업종전망이 어둡다고 판단될때 적자 3년째 사업부를 폐지 또는 축소시키는게 대부분이다.
현재 사내도산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은 사업부별로 업무영역이 뚜렷하고 국내외의 경제환경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종합상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앞으로 다른 제조업 분야에도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럭키금성상사 박종응 본부장은 『이전에도 경기사이클에 따라 사업부를 일부축소하거나 일시적으로 기능을 약화시킨 경우는 있었지만 기업전반에 수익유지를 위해 일부사업부를 도산시키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라며 『지난 4년동안 노동집약적 업종의 임금인상등 여러가지 요인으로 국제경쟁력 약화가 구조화된 업종이 늘어난만큼 사내도산시키는 경우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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