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집착하다 무너진 빙그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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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급할수록 돌아가라. 투수가 평생 한번 달성하고픈 대기록인 퍼펙트게임의 환상에 빙그레가 무너졌다.
빙그레 좌완에이스 송진우는 8회초 2사까지 단 한명의 타자도 1루에 내보내지 않는 「완전경기」를 펼쳐 프로출범 10년의 한국야구사에 새로운 장을 여는 듯했다.
그러나 송은 해태 대타 정회열과 풀 카운트 승강이 끝에 4구를 허용, 대기록이 무산되면서 흔들렸다.
정의 빗맞은 타구가 우익수와 1루수 사이 사각지대로 치솟았으나 빙그레 야수들이 처리해 주지 못했다.
우익수 이중화가 적극적인 다이빙캐치를 시도했더라면 아웃으로 처리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포커페이스가 요구될 정도로 냉정함을 요구하는 마운드에 선 송은 이어 홍현우에게 마저 좌전안타를 허용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사기가 떨어진 송은 8번 장채근과의 대결에서 볼 카운트 1-3 상황에서 이해하지 못할 무리한 볼 배합을 보였다.
송은 4개의 몸쪽 직구를 연거푸 던졌으며 구위도 1백40km대에서 1백38km로 떨어지자 파울볼만 거듭 때리던 장채근은 눈에 익은(?) 송의 직구를 결정타로 마무리했다.
대기록을 의식한 미묘한 심리변화가 팀 전체를 패배의 수령으로 몰아간 것이다.
빙그레 덕 아웃은 송의 구질이 약화된 것과 오기투구를 간파하지 못하고 1점을 더 내준 후 뒤늦게 투수를 교체했으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었다.
3차 전까지 모두 초반리드를 살리지 못하고 역전 패한 빙그레는 위기상황에서 동요치 않는 배짱이 아쉬웠다.
타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해태와 공 하나 하나에 작전지시가 내려지는 빙그레의 벤치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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