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거래를 중시한다면 한국은 관계를 중시한다."
재미교포인 매튜 장(41) SC제일은행 상무는 한국의 비즈니스 문화를 이렇게 규정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의 대형 은행에서 근무하다 4년 전 한국에 온 그는 "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에선 비즈니스 상대와 만나는 일이 미국보다 두세 배 잦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 비즈니스 상대를 만날 때 물가가 비싼 편인 베벌리힐스에서 식사 접대를 해도 10만~30만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만남의 종류에 따라 접대비가 2만~200만원으로 달라진다고 했다.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미국엔 없는 '2차 술자리'를 갈 경우 접대비가 크게 뛴다는 것이다. 독일에서 3년 동안 근무한 뒤 한국으로 돌아온 한 국내 자동차업체 관계자도 "유럽엔 가라오케 시설이 거의 없어 2차를 가더라도 좋은 호텔의 바나 레스토랑에서 술 마시고 대화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의 휴 하웰스 이사는 "한국은 거래처 사람과 만나려면 술을 많이 마시거나 골프를 치러 가야 한다"며 "다른 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비즈니스 문화"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접대 말고도 꼭 챙겨야 할 게 또 있다. 명절 선물과 각종 경조사다. 종업원 100여 명에 연 매출액 100억원 정도인 중소기업의 김모 사장은 "설 등 명절 때마다 선물비용이 4000만~6000만원가량 들어간다"며 "경기도 좋지 않아 줄이고 싶지만 일부 거래처는 노골적으로 선물을 요구해 줄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거래처 사람의 경조사 때 지출하는 비용도 매달 수백만원꼴이어서 부담이 된다"고 덧붙였다.
조용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은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호텔에서 사람을 만나고 외제차를 타야 하는 등 체면을 유지하는 데 상당한 돈을 써야 한다"며 "기업들의 이런 '사회적 비용'을 덜어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