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급인상 「총액임금」기준으로/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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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공무원·국영기업등 대상 93년 도입/기본급·상여금 합쳐 인상률 결정/“사실상 임금억제책” 반발 거셀듯
정부는 22일 오전 정부종합청사에서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관계부처 차관급으로 구성되는 임금관계대책위원회 첫회의를 열고 공무원·국영기업체 및 일반기업의 임금인상을 연간 지급받는 기본급·수당·상여금 등을 모두 합쳐 12개월로 나눈 액수를 기준으로 하는 총액임금제의 도입이 바람직하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93년부터 공무원과 정부출연기관·정부투자기업체부터 도입하는 것을 검토키로 했다.
심대평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과 강현욱 기획원·박용도 상공·정동우 노동·정문화 총무처차관 등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임금구조 개편과 관련,현재 정부나 경제계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미국식의 순수연봉제는 우리 현실여건상 수용키 어렵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연말까지 총무처와 기획원이 기본급외에 각종 직급·근무수당·후생복지비·상여금 등으로 복잡하게 되어있는 임금체계를 개선하는 종합연구안을 마련키로 했다.
그러나 공무원·근로자들이 반발하고 있고 정부내에서도 이견이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날 임금관계 대책회의는 18일 개최된 국무회의에서 급격한 임금상승이 물가인상과 우리 제품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요인이라고 보고 임금구조를 조정키로 한데 따른 것이며 이와 관련해 정원식 국무총리는 20일 청와대 주례보고에서 총액임금제등을 포함한 정부의 임금체계 개선방향에 관해 노태우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정부가 총액임금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정부의 한자리수 임금억제정책에 따라 기본급 인상률은 한자리수에서 묶을 수 있으나 각종 수당과 특별상여금 추가지급등으로 실질 인상률은 두자리수를 넘고 있는등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업체 임금은 한자리수로 인상됐으나 각종 수당등의 인상으로 18% 가까이 인상된 것으로 노동부는 집계하고 있다.
노동부는 이에 따라 임금체계를 연봉제로 단순화하고 이를 공무원들로부터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봉제는 근로자의 능력과 업무성적에 따라 매년 근로자 1명씩 개별적으로 1년치 받을 임금을 미리 계약하는 제도다.
이에 대해 상공부등은 임금을 연봉으로 단일화하기 보다는 현재의 수당·보너스제도 등을 그대로 두되 전체인상률은 총액기준으로 하자는 총액제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 및 근로자들은 총액제를 채택할 경우 ▲실질임금이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억제될 우려가 있으며 ▲공무원과 기업,기업체 근로자간 임금차이를 선명히 드러냄으로써 부작용이 많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공무원들은 정부의 임금억제정책에 공무원만 먼저 희생된다고 크게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의 과정이 주목된다.
이날 회의에서 총무처등 일부 부처는 총액임금제의 급격한 도입에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노총은 연봉제와 그 전단계라 할 수 있는 총액임금제가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을 감소시키는 영향을 미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총은 『최근 몇년간 정부의 한자리수 임금인상원칙이 각종 수당의 인상등으로 지켜지지 않자 총액임금제란 명목으로 근로자의 실질임금 인상을 묶어두려는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연봉제의 이론과 실제」라는 자료집을 통해 『연봉제는 기업의 국제화를 위해서는 불가피하지만 모든 근로자에 대해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점진적 도입을 주장했다.
경총이 조속한 연봉제 도입방침에서 이처럼 한발 후퇴한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총액임금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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