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조수호 회장 부인 최은영씨 한진해운 '키' 잡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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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의 부인 최은영(사진)씨가 조 회장과 한진해운이 주식을 출연해 설립하기로 한 양현재단 이사장을 맡게 된다. 이로써 최씨는 양현재단이 넘겨받을 한진해운 지분과 고 조 회장의 상속 지분을 포함해 한진해운의 실질적인 최대주주가 될 전망이다.

한진해운은 26일 "양현재단은 내년 초 설립을 위해 사무국을 조직하고 있으며 최씨가 이사장을 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재단은 고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 164만주와 한진해운의 자사주 164만 등 총 328만주(지분 4.56%)로 설립된다. 해운물류 관련 학술지원 및 인재양성과 희귀병 어린이 환자 지원 사업이 목적이다. 재단 이사장인 최씨는 재단이 보유한 지분 만큼의 의결권을 확보한다. 여기에 조 회장의 남은 지분 4.59%까지 상속받으면 총 9.15%의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지배하게 된다. 물론 상속세를 주식으로 물납할 경우 지분은 이보다 줄어들 수 있다.

한진해운에 대한 최씨의 지배권이 강화되면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진해운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은 한층 작아지게 된다. 그러나 회사 안팎에선 실질적 최대주주가 되는 최은영씨가 회사 경영에 일정 부문 관심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고 조 회장의 역할 공백을 최씨가 일부 메울 것이라는 논리다. 이에 대해 한진해운 관계자는 "재단 운영과 회사 경영은 별개"라며 선을 그었다. 최씨도 지난달 남편의 사이버 분향소에 올린 글에서 "나는 선장도 기관사도 아닌 대모일 뿐이다. 최고의 베테랑 선장 박정원 사장님을 모시고 오대양 드넓은 바다를 헤쳐 나아가겠다"고 밝혀 현재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최씨가 경영에 뛰어들 경우 고 조 회장의 형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대한항공 등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배경으로 한진해운 경영에 개입하려 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 관계자는 "한진해운 경영은 한진해운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전문경영인이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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