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배워 우리 말 학교 세울 터"|고국유학 온 소 교포 여인「고려일보」기자 이정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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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소련에서 소설가·기자·대학강사로 활약해 온 한 중년교포 여인이 한국문학을 연구하러 서울에 유학, 올해 단국대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화제의 인물은 카자흐공화국 알마아타 시에서 발행되는 한인신문 고려일보(구 레닌기치)의 전 문예부장 이정희씨(45·서울 송파동 한양아파트 2동 606호). 고려일보의 현직 기자 겸 알마아타 조선음악희곡극장 문예부장인 그는 지난65년 레닌기치에 소설『아름다운 심정』이 당선된 뒤『소나무』 등 10여 편 이상의 창작소설을 펴낸 소설가.
『89년 중앙일보사 초청으로 한민족 축제 참석 차 내한했을 당시 단국대 유민영 교수의 권유를 받고 국문학공부를 결심했어요. 우리 말과 글을 좀더 공부한 뒤 알마아타 예술대학에서 강의했던 경험을 살려 우리 말 학교를 세우겠어요.』
아버지 이영세씨 고향이 충주, 어머니 안제훈씨 고향은 아산인 그는 연해주에 살던 가족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는 바람에 알마아타에서 태어난 한인 2세.
66년 레닌기치에 입사한 뒤 줄곧 문예부 기자로 활약해 온 그는 4년 전 사별한 남편과 사이에 두 남매를 둔 가정주부다. 『막상 결심을 했지만 우리 말이 어찌나 어려운지 걱정만 앞서는군요. 더욱이 순 우리말보다는 한문과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당혹했어요』
현재 알마아타 종합대학 기자학부에 다니는 남매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만학의 뜻을 굽힐 수 없다는 그는 학문의 길이 험난하더라도 1만5천 교민을 생각하면 힘이 샘솟는다고 했다. <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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