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새로운 내용 없다”/이라크 철군제의… 각국 반응(걸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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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처음 방송할때는 상당한 기대/고르비 외교노력에 눈길 쏠려
쿠웨이트에서 군대를 철수하겠다는 15일 이라크 혁명평의회 발표성명에 대해 소련등 일부 국가들은 환영의 뜻을 표시했으나 미·영을 비롯한 다국적군 파견국가들은 이라크의 제의를 「속임수」라고 비난하면서 이라크는 유엔안보리 결의 실천의지를 행동으로 표시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아랍권은 찬·반으로 양분되어 반이라크 연합전선에 참여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바레인·아랍에미리트연합·카타르·쿠웨이트·오만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및 이집트 및 시리아 등 8개국은 이라크의 조건부 철수제의를 일축했으나 후세인을 지지하는 요르단·리비아·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이라크의 제의를 환영했다. 다음은 각 지역 반응이다.
○미국
미국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철수 제안이 여러 조건이 붙은 것으로 내용상 새로운 것이 없다고 거부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을 비롯,미 정부 당국자들은 한결같이 이번 이라크의 제안을 부정적으로 판단,이라크가 유엔이 결의한 무조건 철수를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번 제안이 종전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이라크의 철수제안이 처음으로 방송됐을때 미국은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부시 대통령은 『소식을 처음 접했을때 드디어 사담 후세인이 유엔의 결의를 따르기로 한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라크의 발표를 분석해본 결과 실망뿐이었다고 털어놨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의 성명은 새로운 조건까지 더 첨가한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이라크군의 믿을 수 있는 철수가 있기까지 다국적군은 계속 무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미국의 반응을 정리해보면 크게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부시 대통령이 15일 과학자모임에서와 패트리어트미사일 공장에서의 연설에서 밝힌대로 이라크 국민에게 후세인 제거를 촉구,전쟁목표가 단순히 이라크군의 쿠웨이트로부터 철수가 아니라 후세인 타도쪽에 있다는 느낌이다.
즉 후세인이 이라크를 지배하고 있는한 걸프위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이라크의 자발적 철수가능성 역시 배제치 않고 있다.
부시 대통령과 제임스 베이커 국무장관은 이라크의 철수발표 직후 즉시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통화에서 소련은 이번주말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타리크 아지즈 이라크 외무장관이 좀더 구체적인 철군안을 가져올 것이라는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소련의 이같은 중재노력을 지켜본다는 입장에서 이라크의 제안에 새로운 점이 있다는 긍정적 해석도 부기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소·유럽
이라크의 쿠웨이트 철수 제안에 대한 서유럽의 반응은 이라크가 제시한 일련의 철수조건이 수용불가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일단 미국의 반응과 궤를 같이 한다.
이에 반해 최근 들어 사태해결을 위한 독자적 외교노력을 강화하고 있는 소련은 이라크의 제안에 「희망과 만족」을 나타냄으로써 대조를 이루고 있다.
프랑스·영국·독일 등 서유럽 주요국 정치지도자들은 이라크가 수락하겠다고 발표한 유엔안보리 결의 제660호 내용이 이라크군의 무조건 철수인 이상 이라크가 내세운 철수조건은 수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일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프랑수와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이라크의 제안은 유엔결의 제660호의 요구내용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말하면서 이 제안을 「선전외교」로 규정했다.
존 메이저 영국 총리도 「거짓」과 「속임수」란 표현으로 이라크의 제안을 일축하면서,이 제안으로 다국적군의 군사계획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이날 파리에서 미테랑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헬무트 콜 독일총리도 『이라크의 제안은 유엔이 정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줄리오 안드레오티 이탈리아 총리는 이라크의 이날 제안에서 정치적인 위기해결의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함으로써 다소 색다른 반응을 보여 주목되고 있다.
특히 소련의 반응은 관심을 끌고 있다. 알렉산드르 베스메르트니흐 외무장관은 『걸프지역에서의 최근 외교적 상황전개는 우리에게 상당한 희망을 주고 있다』면서 『이라크의 오늘 발표는 하나의 중요한 시작』이라고 말해 다국적군 진영과는 뚜렷하게 다른 반응을 보였다.
소련의 이같은 반응은 최근들어 활기를 띠고있는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외교노력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주초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특사를 바그다드에 파견,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만나도록 했고,전쟁당사국 및 주변국 대표들과 연쇄 접촉을 갖고 있다.
소련측의 이러한 기대는 18일로 예정된 아지즈 이라크 외무장관과 고르바초프 대통령간의 회담에서 그 타당성을 평가받게될 전망이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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