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병원 건축양식 살피러 내한 소 알마아타 건축사업소장 황와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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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대학병원건물들이 대부분 10층 이상의 현대식 고층건물인데 우선 크게 놀랐습니다. 소련의 병원건물에선 5층 이상을 거의 볼 수 없기 때문이죠.』
대한병원협회가 소련의 카자흐공화국내에 설립을 추진중인 백혈병치료병원·연구소·교회설립(중앙일보 90년12월6일자10면 보도)의 설계를 맡아 국내의 병원건축양식을 돌아보기 위해 우리 나라에 온 황와짐씨(40·교포3세)의 말이다.
『우리 동포수만 해도 15만명이 살고있는 카자흐공화국의 1천5백만 전체인구중 핵실험 후유증으로 무려 50만명 이상이 백혈병에 시달리고 있어요. 그러나 치료시설과 약이 부족해 손도 쓰지 못하고 죽어 가는 실정입니다. 고국에서 이들을 위해 병원과 연구소를 설립해준다니 이보다 큰 자랑거리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카자흐공화국의 부근 세미말라틴스크는 이름난 핵실험장으로 이제까지 무려 5백회를 넘는 핵실험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지하에서 핵실험을 실시했지만 그 후유증이 엄청나 방사능에 의한 백혈병 환자가 수없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
『교포 3세인 관계로 까마득한 옛날 조부모가 경기도 양주 어딘가에서 살다 러시아로 끌려가게 됐다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초기 이주민들이 대개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했듯이 그도 이런 과정을 거쳤으나 어려서부터 총명해 75년 명문으로 소문난 레닌그라드아카데미아 건축학부를 졸업했다.
현재의 직책은 카자흐공화국의 수도 알마아타에 있는 제1건축사업소장이며 자신의 밑에 29명의 설계사와 40여명 정도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그의 실력은 우자크바이 카라마노프 공화국총리에게 인정을 받아 병원·연구소·교회 등의 모든 설계를 맡게됐다.
그는 『고국의 병원을 돌아보니 내부시설들이 너무 훌륭하고 구석구석 공간이용을 잘한것이 특히 눈에 띕니다. 돌아가면 고국의 병원냄새가 물씬 나도록 설계해보겠습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기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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